“중요한 예언들 중 많은 것이 조건부였다.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신처럼 도움을 주는 대가로 온갖 재물을 갈취하려 한 것은 아니고, 유대교의 신은 신자들에게 도덕적, 종교적 개심을 요구했다. 사람들이 자기 죄를 뉘우치며 야훼를 숭배하고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들과 지도자에게 이러저러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 했다.” 히브리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전쟁학자인 마틴 반 크레벨드는 미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인류를 정의하는 특성 중 하나임을 지적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몇 가지 방식이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파악하는(더불어 그 추론 과정을 분석하는) 책인 <예측의 역사>를 썼다. 이 책은 큰 자연재해 전에 관측 가능한 징조로서의 자연현상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혜성과 새로운 별이 나타날 때 신의 분노로 해석하는 식이었다. 어떤 예언은 맞는 듯도 하지만, 예언의 특징은 (그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그것조차도) 대개 시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번 실수를 했음에도 명성에 큰 오점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무엇이든 모호하게 말하면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처럼 들린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먼저 과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부터가 그렇다. “과거를 미래 예측에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어떻게’ 과거가 미래를 설명할 수 있고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역사가 순환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주식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려는 이들에게서 볼 수 있다. ‘언제’를 맞히지 못하는 이상 순환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은 이제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온갖 분야의 트렌드 예측과 연관되어 있다. 대중사회와 민주주의의 성장으로 인해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중반부터 등장하는 현대의 각종 예측 방법론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지만, 저자의 전문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15장 ‘전쟁 게임’ 부분은 읽어볼 만하다. 가상의 전쟁을 수행하는 전쟁 게임은 전략 게임으로 변형되어 현재는 경제 분야로 확장돼 이용된다. 물론, 이 모든 현대적 방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갖 형태의 미신적 점술행위가 인기를 끈다. 점술이 2021년 한국어 뉴스와 유튜브의 인기 소재 중 하나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