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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대의 방황과 분투를 그린 청춘영화 '필로포비아'
이보라 2021-12-29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 고등학생 카이(조슈아 글레니스터)는 무료한 이곳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우유 배달을 하는 친구 새미, 괴상한 농담을 좋아하는 멕시와 어울리는 것. 졸업을 앞둔 이들은 옥상에 올라 싱거운 수다를 떨고 대마초를 피우면서 뒤숭숭한 마음을 헤집는다.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장난을 계획하려 난데없이 급식실의 포크를 훔쳐오기도 한다. 한편 카이는 건너편 집에 사는 동급생 그레이스(킴 스피어만)에게 자꾸 눈길이 가지만 그녀의 위압적인 애인 케너(알렉산더 링컨)에 막혀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다. 어느 날, 그레이스가 카이에게 영문학 공부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가이 데이비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필로포비아>는 변화의 시기를 맞은 10대의 방황과 분투를 그린 청춘영화다. 영화는 소년들이 학교를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갑갑한 일상에서 느끼는 성장통은 물론 공기처럼 스며든 폭력의 징후를 묘사한다. 고독하고 사색적인 주인공 카이가 느끼는 세계를 중점적으로 담아내는데, 특히 그가 읊조리는 나직한 내레이션과 교외 풍경을 나른하게 비추는 몽타주 시퀀스는 이 영화의 감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다만 많은 청춘영화가 으레 그렇듯 감정은 과잉되나 구체적인 디테일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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