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당은 장례식 케이크를 주문받아 만드는 가게다. 연옥당의 주인 마고는 (침대 시트 유령인) 유령차사 미로와 함께 작업하는데,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그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의뢰인으로부터 자세한 사연을 듣는다. 눈이 세개인 소녀와 그 소녀에게 자신이 쓴 작품을 읽어주는 작가의 이야기, 뱀파이어 엄마를 둔 딸 이야기, 관계가 주는 온기는 죽음이 다가올수록 속절없이 애틋해진다. 고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들을 수 있는 내용을 다 파악한 뒤에 마고는 케이크 제작에 들어가는데, 제작에 쓰이는 재료나 기술 역시 (인물들처럼) 판타지의 산물들. 카세트테이프에 남아 있는 기억을 케이크에 불어넣을 수 있다거나, 이를 가능케 하는 기계를 ‘연옥 최고의 엔지니어’ 고야 선생님이 발명하셨다거나 하는 설정이 재미있다. 담담하면서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유머와 즐거웠던 기억을 놓지 않는 슬픔의 정서를, 흑백을 기본으로 하고 컬러는 붉은색만 사용한 그림 톤이 잘 뒷받침한다.
담담함, 유머, 슬픔의 정서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1>
글
이다혜
2021-12-27
산호 글·그림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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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담담함, 유머, 슬픔의 정서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