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한 책부터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위로를 받기 위해, 계속 살아가기 위해. 룰루 밀러는 한 사람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스탠퍼드대학 초대 총장이었던 그는 19세기에 활동한 생물학자(분류학자)다. 그와 그의 학생을 포함한 스탭들이 발견해서 직접 이름 붙인 물고기의 수는 당시 인류에 알려진 어류 중 거의 5분의 1에 달했다. 그런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1906년 4월18일 오전 5시12분, 리히터 규모 7.9로 추정되는 큰 지진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강타해 그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어류 표본이 든 수백개의 유리병들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물고기 하나를 집어들고 바늘에 실을 꿰어 물고기의 목살에 이름표를 꿰매기 시작했다. 무용한 일 아닌가? 하지만 룰루 밀러는 조던이 결국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의 비밀을 알려주기에 적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의 삶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초반은 자기계발서처럼 흐른다. 그와 반대로 룰루 밀러의 삶은 여러 곡절을 넘나들었다.
‘극복’의 서사가 저자를 바꿔놓기를 기대하는 동안, 100년도 더 전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그는 어쩌면 독살과 관련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수 있다. 그는 열광적인 우생학자였다. 저자가 책을 덮고 미국에서의 우생학이 불임수술(특히 유색인종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로 이어진 현장과 그 피해자를 만나는 12장의 ‘민들레’에 이르면 룰루 밀러가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식에 감탄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하나씩 뒤집어진다. 심지어 책의 제목처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의 구조상 한국계로 추정되는 캐럴 계숙 윤의 흥미진진한 설명이 이어지고 나면,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룰루 밀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좋은 것들’이 가까워진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 모든 혼란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