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도 오랜만이다. 개봉도 하기 전에 숱한 루머와 유출 사고를 겪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드디어 내일, 12월 15일 국내 개봉한다. 사전 예매율과 티켓 판매량이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배우와 제작진이 스포일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필사적으로 유출을 막고 있다. 그래서 역대 스파이더맨은 정말 총출동할까. 그 해답은 각자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스파이더맨이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전 세계 극장가를 구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첫 시사 반응을 전한다.
임수연 기자
이 시리즈의 팬으로서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 영화 보기 전엔 누구에게도 진짜 역대 스파이더맨이 다 나오는 게 맞느냐고 묻지 마시길.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를 포함한 ‘삼스파’가 다 나오든 그린 고블린을 위시한 빌런들이 총출동하든 그것은 그냥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면 되는 부분이며, 스포일러보다 중요한 얘기는 따로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영화와 코믹스를 통틀어 스파이더맨이 가진 고유의 설정(가령,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는다든가, 웹슈터의 가동 조건 차이 같은 대중이 잘 아는 설정)을 동력 삼아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가 지향하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영화다. 잘 만든 빌런 캐릭터가 선역만큼 팬들의 가슴에 오래 박히는 것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선한 본성으로 돌아갔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팬들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을 대안적 결말을 거대 블록버스터 자본으로 구현한 팬무비이자,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믿는 가치가 왜 수십 년 넘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지 보여준다. 영화의 완성도 자체가 매끈하진 않다. 너무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풀어야 할 감정의 실타래가 복잡한 까닭에 좀더 시간을 할애했으면 하는 신들마저 서둘러 끊고 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만났을 배우들 사이의 연기 호흡도 덜컹거리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어떤 영화를 보며 선의와 공동체의 힘을 믿게 됐던 공동의 기억을 가진 관객에게 기념비적인 이벤트를 경유해 그 감동을 다시 선사한다. 몇 번이고 다시 제작되어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원천 스토리가 가진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감상 팁. 유튜브 요약본만 보면 영화를 다 봤다고 생각하는 시대다. 제발 다이제스트만 보지 말고 시리즈 영화 전체를 복습하기를 권하고 싶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전부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반갑게 발견할 디테일이 쏟아진다.
김현수 기자
감동적이다. 마스크가 젖을 정도로 펑펑 눈물을 흘려야 했다. 원작 코믹스를 수십년 동안 지켜봤던 팬들이라면 우리의 친절한 이웃이자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어떤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코믹스를 보지 않았다 해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각각 피터가 겪어야 했던 고통만 알아도 이 영화를 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피터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공감과 이해를 하고 싶다면 원작 코믹스 상의 스토리나 설정도 알고 보면 좋다. 스파이더맨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감동은 배가 된다. MCU 최초의 10대 슈퍼히어로로서 피터 파커가 겪어야 했던 일들은 그가 청소년이기에 벌일 수 있는 실수도 있었고 어리지만 그럼에도 감당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다. 그것이 설사 아이언맨의 죽음일지라도 말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의 책임에 관한 영화다. 지구의 어벤져스는 타노스를 물리쳤고 토니 스타크는 세상에 없지만 피터 파커의 일상은 여전히 괴롭다.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터는 십대 시절의 마지막 미션이자 그에게 주어진 가장 거대한 책임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결과는, 폭풍 오열을 동반한다. 솔직히 ‘어벤져스 어셈블’ 이상의 무언가를 계속 해서 보여줘야 하는 마블 스튜디오 입장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했을 영화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마블 스튜디오의 (산업적) 책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 감동의 순간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감상 팁.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를 먼저 관람한 후에 영화를 보는 게 좋겠다. 특히 <완다비전>은 반드시 봐야 하는 시리즈이며, <이터널스> 쿠키 영상에 관한 더 많은 단서를 원한다면 <베놈> 시리즈도 반드시 봐야 할 영화들이다. 당연히 이번 영화와 모든 것이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