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운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민불복종운동이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그것도 휴전국인 이곳에서 병역거부운동을 펼친다는 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선언만으로 큰 뉴스거리였다. 18년간 병역거부운동을 기록한 김환태 감독의 카메라는 2000년대 초반 불교신자로서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 이라크 파병을 보고 병역을 거부한 이등병 강철민,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 세상’의 활동가 이용석, 임재성 등 여러 인물을 담는다. 그사이 군대가 상식이었던 세상은 조금씩 변해갔고 운동의 방향성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예를 들어, 여성이기에 징집 대상자가 아니라 당사자성이 없었던 최정민 활동가는 무기거래 반대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당시 병역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김환태 감독의 카메라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환호하는 활동가들의 얼굴이 파릇파릇한 청년에서 어느새 중년으로 변해 있어 뭉클하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은 병역거부운동에 무관심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보더라도 활동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긴 설득의 카메라는 힘이 세다.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돼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