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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발견
장영엽 2021-10-22

10월은 <씨네21> 기자들에게 출장의 시즌이다. 짐을 두둑이 챙겨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센텀시티와 숙소가 있는 해운대를 오가다보면 어느새 10월도 절반이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올가을엔 출장이 하나 더 늘었다. 이주현, 송경원, 김소미 기자가 부산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김현수, 임수연 기자가 강릉국제영화제 데일리 마감을 위해 강릉으로 떠났다. 부산과 강릉 모두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마침 강원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번호 표지- 이시이 유야 감독이 강릉을 배경으로 한국, 일본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이다- 가 데일리 시즌의 정취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종종 출장지에서 일하다보면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백사장 한번 걸어볼 여유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자들이 전해오는 영화와 사람에 관한 리포트엔 언제나 오직 그 장소이기 때문에 가능한 활력이 묻어난다고 믿는다. 10월22일부터 온라인으로 소개할 강릉국제영화제 데일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한다.

이번호에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여덟명의 한국 신진감독 이야기를 다뤘다. 뉴 커런츠상을 비롯해 5관왕을 기록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김세인 감독부터 <세이레>의 박강 감독, <초록밤>의 윤서진 감독,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박송열 감독과 배우 원향라, <성덕>의 오세연 감독, <만인의 연인>의 한인미 감독, <컨버세이션>의 김덕중 감독, <소피의 세계>의 이제한 감독을 만났다. 이들 대다수는 처음 또는 두 번째 장편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았는데, 장편영화 만들기라는 녹록지 않은 미션 외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외적 변수, 영화의 의미가 빠르게 확장되는 도전적인 시대상이 2021년의 신인감독들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품은 오직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순간들을 담고 있다. 지리멸렬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거나 상황에 잠식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근성과 막간의 여유를 올해 부산에서 만난 한국영화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호에 긴 에세이를 보내온 김혜리 편집위원의 말처럼 ‘삶이 방역에 갇힌 지 두해째 되는 시간에도 시네마의 상상력은 꺾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기 속에서도 소중한 영화적인 순간들을 창조해내고 있는 신진감독들의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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