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덟의 임선녀씨는 매일이 바쁘다. 키우는 소에게 먹일 밥도 제때 챙겨줘야 하고, 나무에 올라타 감도 따와야 하고, 자식들에게 보내려고 지붕 위에서 도루묵을 키우기도 한다. 본인 입으로는 배운 게없어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무지하다기엔 평생 쌓아온 지혜와 재주가 가히 신통해 보일 정도로 그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재주꾼이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임선녀씨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동참한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그의 삶에 비집고 들어갔다기보다 언제부턴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천연덕스러운 친구 같다. 영화는 임선녀씨를 주인공으로 삼게 된 과정을 설명하지 않지만 그가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사실은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천연히 드러난다. 새로운 집을 짓겠다고 다짐하고서 공사장까지 나가 못질에 가담하는가 하면 한글학교에 출석하기 위해 매번 3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택시 비로 내고 시내에 나간다. 그의 쾌활한 생활을 따라가던 영화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마주한 작별의 순간들이 그에게도 선연하게 남아 있음을 불쑥 환기함으로써 관객에게 먹먹함을 안긴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한명의 개인이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생생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제13회 DMZ다큐멘터리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