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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상' 자본 추구라는 재해를 비껴가지 못한 이들의 삶
김성찬 2021-10-20

중년 남성들이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참 일하다 자리에 누워 오침을 하거나 잠시 동료들과 한담을 나누는 모습은 여느 인부들과 다름없다. 이들의 노동이 느긋하고 정숙해 굉장히 능숙해 보인다고 생각할 찰나, 밤이 늦도록 어느 옥상 건물에서 철골 구조물을 세우는걸 보자니 무언가 낌새가 수상하다. 이 구조물은 다름 아닌 농성을 위한 망루다. 그들은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부산 사상구에서 합의 하지 않은 보증금을 이유로 집을 잃을 위기에 봉착한 사람들이다.

<사상>의 주인공은 철거 위협에 처한 사람들과 평생 노동에 시달리다 산재로 삶이 망가진 감독의 아버지다. 영화는 자본 추구라는 재해를 비껴가지 못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영화의 접근법이 특이하다. 영화는 망루를 만드는 노동자의 느긋한 몸놀림과 유사한 태도로 등장인물이나 사물을 가만히 응시하는 데 열중한다. 이들의 삶이 절박한 것과 다르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카메라는 야속할 만큼 움직임이 적다. 이러한 형식은 그들의 처지와 대비되면서 핏대를 세워 고발하는 것보다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질 것같은 위태로운 삶의 단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더러 삽입되는 점프컷과 기괴한 사운드는 섬뜩함마저 더한다. 다만 사회 부조리를 다소 감상적으로 설명하는 감독의 내레이션이 작품의 영화적 풍모를 반감시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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