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대규모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이크업, 세트 디자이너, 촬영감독 보조, 편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영상 제작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 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의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표준계약서 협상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10월 4일, 영화방송제작자연합(AMPTP, 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과 3년마다 갱신하는 표준계약서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 투표를 실시했고, 99% 지지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파업을 가결했다. IATSE의 가입자 수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약 6만명에 이른다.
이번 파업 결의의 배경인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영화 및 TV 제작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해왔고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2006년 해스컬 웩슬러 감독은 다큐멘터리 <Who Needs Sleep?>에서 이런 사고들이 “예방 가능한 사고”라며 비용 절감을 위한 스튜디오의 결정과 초과근무를 묵과하는 촬영 현장의 관행을 비판한 바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ia_stories 계정에는 휴식시간 없는 장시간 근무로 인해 겪었던 안전사고 또는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제보들은 민디 케일링, 엘리자베스 워런, 척 슈머 등 배우, 감독,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지지선언을 얻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된다면 플랜B가 없는 막막한 상황이 될 거라며 산업 내 관계자들도 미디어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파업 결의는 언뜻 개선되지 않는 노동환경에 대한 스탭들의 만성적인 불만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급성장한 OTT 산업이 기존의 스튜디오들과 경쟁하기 위해 무리하게 제작 일정을 강행하면서 드리워진 그늘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9년 갱신된 표준계약서에서 이들 스트리밍 업체들이 신생 업체라는 이유로 표준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는데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는 IATSE의 의견이 모아졌으며, 일부 멤버는 저임금으로 스탭을 고용하려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의 구독 서비스를 중단함으로써 파업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스탭들의 근무환경이 팬데믹 이후 더 악화됐다는 의견도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끼니를 거른 동료에게 촬영장에서 음식을 건네기도 했으나 현재의 제작 규약에 따르면 제작 현장에서의 취식 행위가 금지돼 음식은 물론이고 음료도 마실 수 없으며,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비인격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