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온라인 영화제로 전환된 2020년의 전주국제영화제가 팬데믹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축제였다면, 2021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도래할 영화제의 풍경을 짧게나마 가늠해볼 수 있었던 페스티벌로 기억될 듯하다. 영화제를 찾은 감독, 배우들은 다시금 관객의 환호 속에 레드 카펫을 밟았고, 영화제 곳곳에서는 오픈 채팅방에 입장하는 대신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육성으로 영화인들과 소통하게 된 관객의 질문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지난 2년여 동안 긴 호흡으로 관객을 만나지 못했던 감독과 배우들의 들뜬 표정을 보니 관객의 빈자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반면 올해 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난 1년간 제작된 영화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일정상 주로 한국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는데, 저예산으로 제작됐을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분이 실내를 배경으로 하거나 인적 드문 로케이션에서 촬영됐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제작기를 들어보니 촬영 허가가 쉽게 나지 않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순간들을 적지 않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겪었던 것 같다.) 2년여 동안 국가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지난해 상영작에 비해 배우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연한 작품도 확연하게 늘어났으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에 발생하는 해프닝 등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영화적 아이디어로 돌파하려는 시도도 많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언젠가 팬데믹이 막을 내리더라도, 2021년에 제작된 영화들은 영원히 남아 우리가 살아냈던 이 기묘한 시절을 추억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부산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11월12일 론칭을 앞둔 디즈니+가 한국에서 선보일 라인업과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했다.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 막강한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디즈니+가 한국영화계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잠시 멀어졌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풍경들과 새로운 변화의 물결 사이에서 팬데믹 이후를 상상해본 한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