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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다양한 몸을 볼 권리
장영엽 2021-10-08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즐겨 보고 있다. 전략적으로 싸울 상대를 고르고,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고, 승부가 난 뒤엔 서로를 힘껏 껴안아주는 대한민국 정상급 여성 댄서들의 품격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 포인트지만 개인적으로는 배틀에 참여한 댄서들이 선보이는 몸의 움직임을 구경하는 재미에 매 화를 챙겨 본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는 시그니처 포즈로 팔뚝의 알통을 자랑하는 팀이 있고, 머리채를 상모처럼 돌리는 댄서가 있고, 어느 부족의 전통춤처럼 힘차게 발을 구르며 몸통을 울리는 묵직한 춤을 추는 경연자들이 있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그간의 대중문화가 미디어를 통해 구현해온 여성 댄서의 모습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 체감하게 된다.

이번호에서는 임수연·배동미 기자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부터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의 예능 프로그램, 여자 배구 열풍이 주도적으로 촉발한 여성의 신체적 재현에 대한 질문을 심층 리포트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관건은 미디어가 여성을 재현하는 기존의 방식이 현실과 괴리가 있음을 자각한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관람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에는 ‘하이힐 액션’이라는 클리셰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어떤 존재로부터 도망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때에는 대체로 하이힐을 신고 있더라는 것이다. “싸우러 가는데 하이힐을 신고 간다고요? 캣우먼처럼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싸우면 발목 부러져요.” 한 출연자의 냉정한 일갈은 시각적인 만족을 위해 종종 비실용적인 존재로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들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액션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몸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보다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동미 기자가 진행한 이서영 스턴트우먼(<킹덤> 시즌2,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의 스턴트에 참여했다)의 인터뷰, 한국 여자배우들이 근사한 몸의 움직임을 보여줬던 영화들을 정리한 기사를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결국 다양한 신체를 인정하고 재현하는 일은 다양한 존재와 가치에 대한 긍정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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