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끝에서, 무거운 주제를 꺼내볼까 한다. 영화발전기금 이야기다. 지난 14년간 한국 영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이바지한 영화발전기금이 1~2년 내로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이 문제는 지난 9월 13일 정기국회에서도 논의되었는데, 당장 올해 12월 31일이면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이었던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규정이 만료되기 때문일 것이다. 천만 관객 영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시절에는 관객이 구매한 영화 티켓 가격의 3%에 해당하는 부과금이 영화발전기금의 든든한 재원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지난 1년 새 영화발전기금의 여유 자금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배동미, 김소미, 김성훈 기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국회, 영화계를 두루 취재해 영화발전기금의 현황을 점검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어떤 대안이 거론되고 있는지,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짚었다.
기획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지만, 영화발전기금을 둘러싼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선 전례 없는 매출 감소의 상황에서 영화계의 각 주체간 입장 차가 존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재원 확보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인 해법인 국고 출연은 기획재정부의 거절로 무산됐고, 디지털 온라인 시장을 통해 부과금을 징수하는 방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다른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조달받는 방안 등은 사업자들의 반발과 업체별로 분화된 수익 구조 등의 문제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리포트에서 가장 씁쓸한 부분은 언론중재법 개정에 밀려 영화발전기금 문제는 국회의 관심사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매체간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영화의 의미가 재정립되고 있는 지금, 영화발전기금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해야만 하는지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하고 정부 유관 부처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영진위의 역할이 절실하다. 3개월 뒤면 상영관에 대한 부과금의 법적 효력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영진위의 리더십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지 질문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