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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상병이었던 정해인, 이등병으로 설정한 이유는
송경원 2021-09-07

한준희 감독, 원작자 김보통 작가가 밝힌 <D.P.> 영상화 뒷 이야기

사진제공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D.P. 개의 날>(이하 <D.P.>)은 2015년부터 연재했던 김보통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Deserter Pursuit)를 소재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인데, 이러한 폭넓은 공감이 가능했던 건 김보통 작가의 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6부작 시리즈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원작의 문제의식과 정서를 흡수하여 군내 가혹행위와 방관자들의 침묵에 대해 묵직한 비판을 가한다. 동시에 대중 시리즈물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궁리했다. 탈영병을 쫓는 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 등 생생한 캐릭터들, 그들의 사연을 세심하게 엮은 각본, 캐릭터의 삶 속에 풍덩 빠져 인생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심지어 단역들마저), 중심을 잃지 않는 탄탄한 연출까지, 원작과는 다른 차원의 매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한준희 감독과 김보통 작가가 함께 각본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시너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보통 작가는 “작업 과정은 내가 초안 잡고 초고 쓰고 감독님이 각색하고, 다시 수정하고 주고받고의 연속이었다. 내가 어둡게 쓰면 감독님이 밝게 고쳐주쳤다”며 각본 과정을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 사진제공 넷플릭스

영상화 제안이 많았던 원작 만화 <D.P.>는 오랜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 그리고 한준희 감독을 최종 낙점했다. 김보통 작가는 “<한겨레>에 2회차 연재했을 때 영화사 4곳에서 제안이 왔다. 영상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나가기 위해 이렇게 때를 기다렸나 싶다”고 밝혔다. 한준희 감독은 “작가님이 던지는 명징한 메시지가 있다. 당신이 보지 않았다고 (군내 가혹행위가) 없었던 일이 아니라고. 그냥 넘어가는 건 방관일 뿐이라고. 대중만화인데도 날 선 시선으로 무언가를 찌르듯이 얘기하는 점이 좋았다”며 원작의 매력을 어떻게 영상에 담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군대 이야기는 지루할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D.P.>는 군인이 사복을 입고 밖으로 나오는 구성, 탈영병을 잡으러 가는 과정에서 형사물적인 속성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색다른 지점이 생길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김보통 작가는 “영상화할 때 원작의 타임라인을 그대로 가져가는 건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프리퀄로, 이등병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김보통 작가. 사진제공 넷플릭스

특히 김보통 작가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군 시절 경험을 녹여 내는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군 제대 후 2015년에 연재를 시작하기까지 10년 정도의 시차가 있는 만큼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 했다. 이에 대해 김보통 작가는 “아마 지금 시점이었으면 <D.P. 개의 날>을 못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내 마음의 변화라기보다, 지금은 탈영 사건도 줄고 자살도 줄고 핸드폰도 지급 돼서, 말하자면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가 돼버린다. <D.P. 개의 날>을 구상하고 그리던 시점인 2014년엔 강원도 전방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도 일어났다. 군내 여러 가혹행위들이 불거졌다. 감독님이나 내가 군 생활한 시절은 훨씬 야만적이었고, 2014년은 군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던 과도기였다. <D.P. 개의 날>은 그런 과도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을 밝혔다. 드라마 속 안준호가 입대하는 시기가 2014년이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 군 인권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퍼져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한준희 감독은 <차이나타운>에서는 사채업자, <뺑반>에서는 뺑소니 전담반 소속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D.P.> 역시 군무 이탈 체포조라는 특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에 대해 한준희 감독은 “첫 영화와 두 번째 영화 모두 직업윤리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D.P.>도 나는 윤리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군인이자 D.P.인 사람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인이 된 청춘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 윤리에 대한 이야기로 접근했다”는 생각을 전했다. 많이 다뤄졌지만 여전히 모자란 인권의 사각지대를 다루기에 특수한 통로가 적절하게 작동한 셈이다.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의 협업 과정,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와 상병 한호열(구교환)의 버디무디적인 성격, 정해인과 구교환 배우에 대한 이야기까지 두 창작자가 밝히는 <D.P.>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씨네21 1322호 기획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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