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교통경찰 트레이(에디 머피)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 점심시간마다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순찰을 돌다가 우연히 형사인 미치(로버트 드 니로)의 총을 훔쳐본 트레이는, 미치가 몇달간 공들인 마약 거래범의 체포현장을 덮쳐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파트너까지 총에 맞아 화가 난 미치는 악착같이 현장을 찍어대는 방송사 카메라를 총으로 쏴버린다. 그것을 본 프로듀서 체이스 랜지(르네 루소)는, 현대판 ‘더티 하리’ 미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프로그램 제목은 트레이의 제안으로 ‘쇼타임!’으로 결정되고, 미치와 트레이의 24시간이 방송으로 중계되기 시작한다.■ Review 로버트 드 니로와 에디 머피. <쇼타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조금 어색해 보이는, 그러나 나름의 영역에서는 분명하게 최고인 두 배우의 조합이다. 당대 최고의 연기파 로버트 드 니로와 엄청나게 빠른 말발로 20년을 버텨온 에디 머피. 드 니로와 에디 머피는, 극중의 미치와 트레이만큼이나 다른 영역에서 다른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로버트 드 니로가 <애널라이즈 디스>와 <미트 페어런츠>에서 코믹연기로 대성공을 거둔 뒤, 접점이 생겼다. <쇼타임>이 시작되면, 드 니로보다 에디 머피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여전히 ‘흥행’에서는 에디 머피가 앞선다는 증거다. 80년대 <비벌리힐즈 캅> 등 히트 시리즈를 양산하던 에디 머피는 한때 몰락했지만, <너티 프로페서>와 <닥터 두리틀>로 멋지게 재기했다. <쇼타임>은 에디 머피가 마틴 로렌스나 크리스 터커 등 신세대 흑인 코미디언의 위세에 전혀 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입담은 여전하고, 다양한 표정과 연기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에디 머피 혼자였다면, 그러니까 21세기의 <리쎌 웨폰>이 아니라 <비벌리힐즈 캅>을 만들었다면, <쇼타임>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98년 여름 시즌 <리쎌 웨폰4>가 성공을 거두었을 때, 언론과 비평가들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좀 심하게 말하면, <리쎌 웨폰4>는 87년의 <리쎌 웨폰>에서 조금도 발전한 것이 없었다. 버디 무비의 전형적인 구성에, 익살스러운 조역으로 양념을 치고, 화끈한 액션을 더하는 것. 그것이 <리쎌 웨폰>이 발견한 성공의 공식이었고, 바로 한동안 유행이던 버디영화의 클리셰가 되었다. 10년이 지난 뒤 <리쎌 웨폰4>가 새로운 것 하나도 없이(이연걸만 제외하고) 클리셰를 답습하자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그러나 <리쎌 웨폰4>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유를 짚어보면, 한 가지다. 뻔하지만 재미있다는 것. 아기자기한 두 사람의 다툼과 익살 그리고 신나는 액션은 언제나 만사형통이라고.
<쇼타임>은 <리쎌 웨폰4>의 성공가도에 무임승차한다. 무뚝뚝하고 일밖에 모르는 형사 로버트 드 니로와 연예인 지망의 교통경찰 에디 머피의 조화는 활력이 넘친다. 말은 에디 머피의 것이고, 표정은 로버트 드 니로의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부족한 것을 메우며, 서로의 전장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과시한다. 이미 성룡과 크리스 터커의 <샹하이 눈>에서 말과 몸짓의 애크러배틱한 앙상블을 연출했던 톰 데이 감독은, <쇼타임>에서도 당대 최고의 배우 둘을 모셔다가 신나는 조화를 이루어낸다. ‘고해실’에서 카메라를 보고 떠드는 장면은 오버이지만, 드 니로와 에디 머피의 얼굴과 움직임을 스테디캠, 핸드헬드 등 다양하게 잡아내며 감정을 드러내는 연출력은 꽤 능숙하다. 대사의 묘미도 <리쎌 웨폰>이나 <러시 아워>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리쎌 웨폰> 3, 4편에 출연했던 르네 루소와 <스타트랙>의 윌리암 샤트너의 출연도 이채롭다.
물론 <쇼타임>은 그리 진지하거나 심오하지 않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영화의 중심이긴 하지만, 처럼 미디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그저 상황일 뿐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화학작용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미치와 트레이의 신경전은 꽤 자세하게 묘사되지만 일단 TV프로그램 <쇼타임>이 시작되고 나면, 두 사람의 갈등은 뮤직비디오처럼 가볍게 흘러간다. 그리고 ‘범인 잡기’에 집중한다. 그 전략은 성공적이다. <쇼타임>은 가벼운 농담으로 전반부를 들뜨게 만들다가, 후반부는 역시 가볍고 세련된 액션으로 마무리한다. 캐릭터와 액션. 너무나도 앙상하지만, 단 두개의 기둥만으로도 <쇼타임>은 꽤 튼튼하다. 직접 스토리를 구상했다는 제작자 조지 사랄레기의 발상은 훌륭하다. 기초가 튼튼한 집이 보기도 좋은 법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