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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담' 담담하게 담아낸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
김철홍(평론가) 2021-08-20

한 여자가 만삭의 몸을 이끌고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거리를 정처 없이 헤맨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는 사연을 지닌 사미아(니스린 에라디)는 숙박을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아무 대문이나 두드려보지만,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그녀를 거절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8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빵집 주인 아블라(뤼브나 아자발) 역시 낯선 사미아를 거부한다. 그렇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던 아블라는, 결국 자신의 집 앞에서 홀로 밤을 보내고 있던 사미아를 집에 들이게 된다. 그렇게 세 여성의 동거가 위태롭게 이어지는 가운데 사미아의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진다.

<아담>은 남겨진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을 담담하게 담은, 모로코 감독 마리암 투자니의 첫 장편이다. 극중 자극적인 사건들은 최대한 배제되어 있으며,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클로즈업 숏이 눈에 띈다. ‘아담’은 새로 태어날 아기의 이름이다.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아이를 직접 기르지 않고 입양시킬 계획이었던 사미아는 처음엔 아이의 이름을 짓는 걸 꺼린다.

그런 사미아에게 이름을 지을 용기를 주는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했던, 혹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마음을 이해할 능력을 지닌 ‘동지’ 아블라이며, 아블라 또한 사미아로 인하여 자신의 불편했던 과거의 반대편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 걸음이 ‘스텝’으로 표현되는 두 주인공의 춤 장면이 여운을 남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이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서 두 주연배우가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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