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는 표제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지하철이라는 일상적 모습을 가능하게 하는 비가시적 공간 속 노동자들의 ‘근로’를 특별한 설명 없이 묵묵히 보여준다. 운행을 마치고 열차가 들어오면 노동자들은 바퀴를 떼어내고 부속품은 분리해 보수한다. 선로 정비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에만 가능하기에 야간 근무를 한다. 미화원은 토사물을 치우고, 운전직은 땅속 깊은 곳에 정차한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걸어 퇴근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방향성은 노동 장면들 사이로 삽입되는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다. 그들은 지하철 운행이라는 지면 아래 산재 처리의 불합리함,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갈등, 열악한 업무 환경, 운전직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무인화 과정 등의 문제를 노정하면서, 안전 운행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개념임을 웅변한다. 무엇보다 대를 이어 기술직 노동자가 되는 상우가 곧 극소수를 제외한 우리라는 점을 직시한다. 우리 모두 언더그라운드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