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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잠시, 쉼표
장영엽 2021-08-06

이 글을 쓰는 곳은 강원도 평창이다. 강원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한창인데, 연주자의 숨소리와 미세한 제스처의 변화까지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연출자의 의도대로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편집의 예술’인 영화와 달리 클래식 음악제의 공연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동료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타이밍을 조절하고, 페이지를 잘못 넘기거나 (악기를 위한) 어깨 받침이 떨어지는 등의 예기치 못한 난관에 물 흐르듯 대처하는 연주자들의 집중력과 유연함으로부터 새롭게 얻게 되는 자극이 있었다.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날 때 새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8월 12일 개봉하는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출품할 마지막 시를 완성하지 못한 채 무작정 거리로 나서는 시인 지망생의 모습을 비추는 영화다. 기다렸던 시상이 떠오르기는커녕 껄끄러운 만남들이 주인공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하등 생산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 만남들이 작가의 마음속에서 일련의 공정을 거쳐 어느덧 창작을 위한 새로운 질료가 되었음을 영화는 말한다.

때로는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새로운 경험들을 선입견 없이 시도하며 즐기는 마음의 여유가 몰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다. 독자 여러분 또한 잠시 삶에 쉼표를 찍겠다는 결정에 스스로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여름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분이라면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또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만들게 될 공식 온라인 데일리 발행을 앞두고 이번호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관한 스페셜 기획 기사와 함께 영화인이 사랑한 영화음악과 음악 이야기를 담았다.

사정상 제천으로 떠날 수 없는 분들 또한 영화제 기간 동안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에서 한국 음악영화 복원 기획전을 제외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모든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영화의 심장이자 영혼’(<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라 불릴 만큼 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충만한 예술인 음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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