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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올 로케이션의 힘,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 시사 첫 반응

류승완 감독이 전작 <군함도>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열한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는 30년 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남한과 북한이 손을 맞잡은 채 총알과 화염병 세례를 뚫고 사막을 질주하는 탈출기로,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류승완 감독이 새로 구성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선 낯선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고,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김재화 등 류승완 감독의 전작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는 사실 외에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있었다. 7월 22일 오후 진행된 언론배급시사에서 마침내 공개된 영화를 본 <씨네21> 기자들의 첫 반응을 모았다.

김성훈 기자

<모가디슈>는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손을 맞잡은 채 총알과 화염병을 뚫고 사막을 탈출하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믿음과 신뢰를 다루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하는 포인트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배경 설명을 잘 숙지하는 것이다. 영화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인 1990년 소말리아는 남북이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가장 표가 많은 밭인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열하게 로비전이 펼쳐지던 무대였다. 영화에는 두 가지 전쟁이 전반부와 후반부를 교차한다. 하나는 평화로운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한 남북 간의 총성 없는 외교전이다. 또 하나는 소말리아 반군이 일으킨 진짜 전쟁인 내전이다. 서사의 축이 남북 간의 외교전에서 소말리아 내전으로 옮겨가면서 결코 가까워질 수 없던 남과 북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야 한다. 류승완 감독은 서로에 대한 의심이 믿음으로 바뀌는 과정을 담백하면서도 냉철하게 그려냈다.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의 전매특허인 액션신은 명불허전이다. 20명 가까이 되는 남북 대사관 직원들을 나눠 태운 차량 4대가 빗발치는 총알과 화염병을 피해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보는 내내 손을 땀을 쥐게 할 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최영환 촬영감독과 이재혁 조명감독이 설계한 빛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특히 애너모픽렌즈로 담아낸 아프리카의 풍광은 반드시 극장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류승완식 휴머니즘을 지키되, 남북 관계의 판타지를 걷어내고, 신파를 배제한 채 현실을 냉정하게 묘사해 인상적이다.

이주현 기자

소말리아 내전과 수도 모가디슈 그리고 탈출이란 키워드만 보면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이 생각나지만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이란 미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작전을 그린 벤 애플렉의 <아르고>에 더 가까운 영화다. 그렇다고 <모가디슈>가 정교한 탈출 작전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는 건 아니다. <모가디슈>에서 중요한 건 한국적 상황과 시대적 상황이다. 한국적 상황은 분단을 말하고 시대적 상황은 남과 북이 UN에 먼저 가입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외교전을 펼치던 1990년의 상황을 말한다. 내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뒤통수 치고 으르렁 거리던 남과 북의 외교관들은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으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철저한 거리두기를 위반하고 남한의 외교관저에서 한집 생활을 하게 된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경계, 탐색전의 중심에 대한민국의 한신성 대사(김윤석)와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와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이 있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이 연기한 네 캐릭터는 계속해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드라마를 만든다. 조인성과 구교환이 송곳처럼 뾰족한 역할을 맡았고 김윤석과 허준호가 이념보다 휴머니즘을 택하는 인물로 분해 은은하고 뭉클한 분위기를 만든다. 무엇보다 <모가디슈>에서 인상적인 건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0% 진행된 해외 올로케이션의 힘이다. 한국 배우들이 한국적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배경이 한국이 아니라 우선 시각적으로 새롭고 즐겁다. 그 다음엔 대체 어떻게 해외에서 이런 도심 총격전과 차량 액션을 찍을 수 있었을까 감탄하게 된다. 극장에서 봐야 할 블록버스터인 건 확실하다.

임수연 기자

우선 팬데믹 이후 극장에서 개봉했던 한국영화 중 기술적인 완성도가 가장 높다. <모가디슈>를 함께 제작한 외유내강과 덱스터의 강점이 만나 가능한 결과물이다. 외유내강, 특히 류승완 감독은 고유의 미학적 비전을 실현하되 이를 대중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장르영화 형태에 녹여내며 한국 사회를 조감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줘 왔다. 웹툰 <신과 함께> 시리즈를 스크린에 옮겨내는 일을 현실화한 덱스터 스튜디오는 VFX와 사운드 믹싱 등 테크니컬한 부분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장한다. 사방에서 들리는 총소리만으로도 1991년 소말리아 내전 한복판에 고립된 한국인들의 공포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특히 후반부에 펼쳐지는 카 액션은 <모가디슈> 개봉 이후 가장 많이 회자될 영화의 시그니처다.

인물들의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한국 상업영화 공식대로라면 좀더 딥하게 감정선을 제시했을 법한 장면에서도 영화는 한발 물러난다. 대신 ‘탈출’이라는 공동 목표 하에 겪는 단계별 난관을 통해 인간이기에 느끼는 원초적인 두려움, 절박함 그 자체를 그리는데 집중한다. 정치적 배경과 개개인의 가치관까지 뛰어넘는 집단 경험이 가져오는 동지애를 구구절절 말 대신 생존을 향한 절실함의 표정으로 설득하는 데 <모가디슈>는 끝까지 포커스를 맞춘다. 이는 최근 한국영화 관객들이 가장 질색하는 신파의 함정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근거가 되지만, 확실하게 따라갈 만한 감정선이 없다는 점을 심심하게 느끼는 관객도 있을 듯하다.

배동미 기자

아프리카는 낯선 땅이다. 그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시가전에서 미국이나 소련 정보원의 이야기가 아닌, 제3의 국가의 정치적인 맥락이 녹아든 이야기를 우리는 본 적 없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고, 본 적도 없는 세계를 카메라 앞에 실현시켜 관객이 그를 믿게끔 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 극영화의 힘이라고 할 때, 류승완은 그를 가장 너끈하게 해내는 감독 중 하나다. <모가디슈>의 시가전은 <아르고>를 방불케한다.

소말리아에 주재 중인 한신성 대한민국 대사(김윤석), 강대진 참사관(조인성)과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 태준기 참사관(구교환)과 그의 가족들은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본국과의 통신이 끊기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에서 벌어지는 시가전을 집요하고 탁월하게 그리면서도, 생과 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타들어가는 마음까지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어떤 허장성세도 없다. 살아야 한다는 목표점만 존재한다. 푹푹 찌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스크린 속 사투는, 극장의 관객까지 덩달아 뜨겁게 만들만큼 호소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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