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알베르토 망겔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좋아하지 않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작가, 번역가, 편집자, 비평가, 독서가.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말이 있지만, 그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시력을 잃어가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16살 때부터 4년간 그에게 책을 읽어준 것이다. 한평생 책을 읽고, 쓰고, 번역하고, 도서관장으로 일하는 등 수많은 활동을 해온 그의 저작은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넘쳐흐른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고전문학에 대한 책인데 라인업부터 대단하다.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성경> 욥기의 욥, <서유기>의 사오정, <하이디>의 하이디 할아버지. 누가 어떻게 괴물이라는 것일까 궁리하며 읽다 보면 철학과 문학사, 문학비평 등을 아우르게 된다. 썰을 푸는 망겔은 정말 솜씨가 좋다. “저마다 고유의 내력을 가진 허구의 인물들은 자기들이 등장하는 책이 아무리 길든 짧든 간에 그 안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망겔은 <빨간 모자> 속 늑대의 정체를 눈여겨본다. 빨간 모자가 가짜 할머니와 동침하는 장면을 묘사하지는 않지만, 소설을 쓴 샤를 페로가 “다정해 보이는 그 늑대들”이 침대에까지 침입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와 체스 왕국은, 망겔에 따르면, 창조되자마자 마치 에덴동산처럼 우리가 한번도 발 디뎌본 적 없어도 그 존재를 익히 아는 곳이 되었다. <서유기>의 사오정은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이나 <피노키오>의 귀뚜라미 같은 ‘한결같은 조력자’로 연상된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글도 빼먹어서는 안된다. 망겔은 예언자 요나를 “예술가”라고 설명한다. 커다란 물고기에 삼켜져 물고기 배 속에서 사흘 밤낮을 보낸 이야기로 자주 언급되는 요나는 (망겔의 눈에는) 신과 맞서서라도 진짜 예술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예술가로 보인다. 신에 대한 순수한 헌신의 예시로 자주 언급되는 욥은 성경에서는 해피엔딩을 맞지만, 현실의 욥(잘못 없이 고통받는 모든 이들)은 끝없는 고통만을 당한다. 제목은 이 책이 ‘괴물’에 대한 이야기일 것처럼 암시하지만 실제로는 고전의 새로운 독법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