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왜 돼지를 키운다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공장제 축산 대신 ‘예의를 갖추어’ 동물을 키우는 일은 채식주의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귀촌하여 유기농 요구르트 목장에서 일하는 저자는 주변 지인들과 함께 ‘대안축산연구회’를 결성했다. 이론만 따지고 있을 수 없어 실전에 돌입하기 위해 근처 농업학교에서 새끼 돼지 세 마리를 분양받기로 한다.
그런데 돼지 키우기는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기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쑥쑥 크는 돼지를 붙잡아 우리에 데려오는 문제부터 돼지가 탈출하지 못하는 탁 트인 축사를 만드는 문제, 자연식 먹이 조달이며, 발정기 대처법, 살충제를 쓰지 않고 여름의 파리 떼를 처치하는 문제 등. 저자가 처음 알게 된 정보들이 많다. 돼지도 소처럼 풀을 먹는다. 돼지는 집에서 키우는 개처럼 영리해서 키우다 보면 정이 들게 된다. 그리고 동물을 잡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호주 같은 곳에서도 도축장 일은 기피 직업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축산업은 질소 유입,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 현대 환경오염의 큰 원인이다. 축산업의 현대화로 인해 농촌 환경이 오염되어 농촌 공동체가 파괴된 것도 문제다. 또 가축을 좁은 곳에 가둬두고 키우면서 항생제를 많이 쓰니 가축에게 다양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 부산물이 토양으로 침투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저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유행을 앞두고 키운 돼지를 잡으면서, 생명을 죽이는 일에 따르는 꺼림칙함 혹은 양심의 가책을 인간이 쉽게 지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처럼 소비자가 고기를 손쉬운 식재료로만 여기는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소비자가 싼 가격에 고기를 사먹으려면 공장제 축산은 어쩔 수 없는 방식이긴 하다.
저자는 당장 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지 않는다. 자연양돈 돼지나 마블링이 없는 소고기를 선택하여, 1등급 마블링과 삼겹살을 얻기 위해 소와 돼지를 지나치게 많이 키우는 실태를 바꾸어나가자는 것이다. 북극 빙하가 다 녹기까지 12년이 남았다는 최근의 기후 위기에 관련한 뉴스가 떠오르며 이제라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생명의 고귀함
“생명을 정성 들여 키우고 그 생명을 죽여서 먹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고귀함을 지킨다는 면에서 채식의 연장이라고 여겨졌다.”(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