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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극장가 세계 애니 `우르르`
2002-05-18

올 여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들의 극장가자는 성화에 내내 시달려야 할 것 같다. 그 어느 해보다 여름 애니메이션의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특히 디즈니와 드림웍스라는 양대 메이저가 맞붙던 여느 해와 달리, 다양한 국가와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화려한 테크닉의 입체(3D)기술과 전통적인 평면(2D) 기술의 대결도 흥미를 끈다. 메이저들의 한판은 야생마 스피릿의 모험을 그린 드림웍스의 <스피릿>(7월5일)으로 시작된다.

월트 디즈니의 <릴로 & 스티치>(7월12일)는 예쁘고 가녀린 디즈니 여주인공 모습에서 벗어난 오통통한 릴로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다리가 여섯인 외계인 스티치가 쏘아대는 화장실 유머도, 디즈니의 변신을 기대하게 해준다. 두 회사가 올해 평면기술을 다시 대폭 도입한 데 비해, 폭스는 입체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8월9일)를 내건다. 빙하시대를 배경으로 맘모스와 나무늘보가 길잃은 인간의 아기를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먼길을 떠나며 벌이는 모험으로, 해외에선 이미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6월28일)은 화려한 상상력과 깊이있는 철학적 세계관으로 이미 전주영화제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작품. 항상 관객숫자가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징크스’를 깨줄지도 주목된다. 조금조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애니메이션들도 적지않다. 텔레비전 시리즈 <러그래츠>로 유명한 미국 니클오데온의 <지미 뉴트론>(6월6일)은 외계인에 납치된 부모들을 찾아 모험에 나서는 소년들의 우주모험극이다.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 틈에서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7월26일)도 기대주. 물고기가 된 세 개구장이의 이야기로,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따뜻한 캐릭터와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가 돋보이는 영화다. 한편 월드컵 마스코트 아토, 니크, 케즈를 내세워 국제축구연맹이 기획한 <스페릭스>(5월31일)는 일찌감치 개봉해 월드컵 붐 조성에 한몫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름 개봉대기작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한 편도 없는 점은 아쉽다.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