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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마안갑의 살인>, 가는 곳마다 사건이 생기는 체질
이다혜 2021-05-31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 엘릭시르 펴냄

장르소설은 언제나 ‘그렇다고 치고’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어떤 장르든 그렇다. 이른바 문단문학이 현실에 있음직한 인물과 이야기로 개연성을 따진다면, 장르문학은 ‘작품 속 세계관 설정상 충돌은 없는지’의 방식으로 개연성을 따진다. 용이 있는 세계, 인류가 화성에 사는 세계, 중세풍 복식을 한 북부대공이 회귀한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세계는 그래서 ‘말이 된다’.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는 천재적인 동시에 일상적 소통능력이 부족한 캐릭터를 도무지 있을 법하지 않은 복잡하고도 복잡한 밀실 사건 해결에 투입하곤 하는데, 순수한 퍼즐풀이의 재미와 그로 인한 현실감 부족은 신본격의 장점이자 단점인 셈. 1980~90년대를 풍미한 신본격 미스터리가 다시 부활한 것일까.

<마안갑의 살인>은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8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17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제1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에 꼽히며 호평받은 <시인장의 살인> 후속작이다. 신인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는 지극히 신본격스러운 무대를 연출했다. 대학 동아리 합숙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생기며 펜션에 갇힌 학생들 사이의 연쇄살인.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회원이 둘뿐인 ‘미스터리 애호회’가 또 다른 밀실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오컬트가 가세한다. 시리즈의 천재 탐정 역은 겐자키 히루코다. 21세기의 신본격인 것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번쩍 뜨일 미인’이며, 원래 미스터리 마니아는 아니었고(고전 격인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과제 삼아 읽기 시작한 참이다), 현장에서 강한 스타일이다.

이 시리즈의 ‘그렇다 치고’ 포인트 중 하나는 겐자키 히루코의 저주받은 체질에 관한 것이다. “기괴한 사건을 끌어당기는 체질”로 태어났는데 “최근에는 서너달에 한번꼴로 사건에 휘말린다”. 겐자키 히루코는 가는 곳마다 시체가 쌓이는 특이체질이라 치고, 미스터리 애호회의 하무라 유즈루는 그 길에 동참하기로 하며 사건이 본격화된다. 전작이 신본격 특유의 ‘클로즈드 서클’(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충실히 구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오컬트라는 이름으로 열려 있는 듯 보이는 사건의 고리를 미스터리 해결로 착실하게 닫는다. 당분간 계속 따라갈 만한 시리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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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사건이 생기는 체질, <마안갑의 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