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팬데믹과 관련된 책 한권을 마무리하고, 관련된 논문도 하나 썼다. 어쩔 수 없이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여러 분야를 살펴보고, 이런저런 예상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언제쯤 코로나19가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을 청년 등 활동력이 높은 사람부터 맞게 할 것인가, 아니면 노년층부터 먼저 맞게 할 것인가? 활동력에 따른 전파를 생각하면 청년부터 맞는 게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젊은 노동자부터 먼저 맞는 전략을 선택했다. 청년층 확산도 막고, 젊은 노동자들이 경제에 먼저 투입될 수 있게 하자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선진국 대다수는 노년층부터 맞는 것을 선택했고, 우리도 그렇게 했다. 바이러스를 조금 천천히 잡더라도 사망률부터 줄이는 선택이다. 백신에 의한 집단 방역에 가는 시간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같겠지만, 노년층부터 맞는 경우가 중간에 확진자가 급증할 위험이 조금 더 높다.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 언제라도 재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확보된 백신들이 제시간에 당도해서 접종이 연말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별로 없다. 이런 몇 가지 정보를 전제로 하면, 정부의 11월 목표와는 달리 올해 12월까지 마스크를 벗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대 아래로 내려오더라도 마스크를 완전히 벗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로 2022년 봄까지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경우를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극장은 언제쯤 완전히 열릴 것인가? 2단계에서 2.5단계까지 극장은 한칸 띄기, 공연장은 2.5단계에서 두칸 띄기로 높아진다. 3단계에서는 극장과 공연장 모두 공연이 불가능하다. 현 추세로 보면 많은 시설들이 정지하는 3단계까지 올라갈 확률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2단계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가을 이전까지는 쉽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3차 격리로 들어가는 중이다.
요즘 여행업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는 ‘보복 소비’라는 관점에서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순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 욕구를 잡기 위한 새로운 기획이 한창이다. 과연 요즘 명품 소비에서 보여지는 팬데믹 보복 소비가 다른 분야에서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영화도 그럴까? 거리두기가 완화될 때까지 극장업 등 관련된 산업 기반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걱정이다. 외부에서 보는 내 시선으로는 극장부터 살리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목소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각자도생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영화를 포함한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팬데믹 앞에서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는 것 같다. 코로나19,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공생과 문화 생태계 보존을 위한 목소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