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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영화인’이라는 정체성
장영엽 2021-04-16

<씨네21> 창간 26주년 세 번째 특집의 주인공은 감독 이정재, 정우성이다. 2021년은 지난 27년간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얼굴로 자리매김해온 두 배우가 장편영화의 감독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관객을 만나는 의미 있는 해다. 1995년 <SBS 스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스크린 안팎에서 좋은 친구, 의지가 되는 영화계 동료,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로 지내오다 이제는 카메라 뒤편의 일들을 함께 고민하는 사이가 된 이정재, 정우성은 첫 장편영화 연출작 <헌트>(가제), <보호자>에 대한 소회부터 서로에 대한 생각, 영화인으로, 한 사람의 개인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해주었다. “<씨네21>과는 연년생”(두 사람은 1994년 스크린 데뷔했다)이라고 말하는 두 감독은 신작을 공개할 때마다 어김없이 표지를 장식하는, <씨네21>의 좋은 친구들이기도 하다. 창간 26주년을 함께해준 이정재, 정우성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조만간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줌터뷰’로도 만날 수 있다.

김소미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를 읽다가 이정재 감독이 들려준 <도둑들> 홍콩 촬영 당시의 일화에 눈길이 갔다. <도둑들>에 출연하는 동시에 친구의 영화 프로듀싱을 맡고 또 두어달 있다가는 본인의 연출작에 참여한다는 임달화를 보며 “배우라는 한정적인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작업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원하는 자리에 가서 어떤 역할이든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만 해도 제작사 플랜B를 차린 브래드 피트, 배우이자 시나리오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에메랄드 페넬(<프라미싱 영 우먼> 연출)의 사례처럼 ‘영화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직군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장편 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으로 <씨네21> 평자들의 애정과 관심을 한몸에 받은 정진영 감독, 이번호 리뷰 지면에 소개한 <스프링 송>을 연출한 유준상 감독, 그리고 이번호 표지를 장식한 이정재, 정우성 감독의 사례처럼 경계를 가로질러 자신의 행보를 확장하는 영화인들이 한국영화계에서도 점점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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