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발행하는 네권의 <씨네21> 표지에는 창간기념 로고가 붙는다. 매년 봄마다 돌아오는 씨네리의 생일을 한달간 축하하기 위함이지만,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로고를 볼 때마다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평소에 만드는 잡지에서 만나볼 수 없는, 또는 오직 <씨네21>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특별하고 깊이 있고 오랫동안 기억될… 기사들로 가득한 책을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이 주는 건강한 긴장감도 분명 있다. 여느 때였다면 엄두도 못 낼 대규모 특집을,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 기획하고 추진해보겠는가, 라는 생각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니 다음주도, 그다음주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영화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씨네21>의 스페셜 기사도 계속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2010-2020 영화 베스트10’은 이 책을 만드는 모든 구성원들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한 특집 기사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씨네21>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모든 영화 중 최고의 영화 10편의 목록을 국내외 영화인 92명에게 청했다. 영화평론가, 영화잡지 편집장,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 유튜버 등 39명의 한국 영화평론가와 봉준호, 윤제균, 조성희, 임순례, 변영주, 윤가은 등 36명의 한국 감독, <필름 코멘트> <사이트 앤드 사운드> <카이에 뒤 시네마> <키네마준보> <간전영> 등 해외 주요 영화 매체의 필진과 토론토·로테르담 등의 영화제 프로그래머, 감독, 프로듀서 등 해외 영화인 17명이 참여한 이번 특집은 지난 11년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지형도가 되어줄 것이다.
13년 전 <씨네21>이 소개했던 ‘1995-2008 영화 베스트10’ 설문 결과와 비교해보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한다. 새롭게 떠오른 이름들과 잊혀가는 이름들,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찬란히 빛나는 이름들 사이에서 영화의 얼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음을 느낀다. 설문에 참여한 모든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 또한 마음속 ‘2010-2020 영화 베스트10’ 리스트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한다.
p.s. 이번 스페셜 기사는 그야말로 텍스트와 숫자와의 싸움이었다. 39페이지에 달하는 특집을 진두지휘하느라 하루가 다르게 얼굴의 그늘이 깊어져간 다섯 사람이 있다. 이주현 취재팀장, 이다혜 편집팀장, 김귀숙·김현진 교열기자, 모보형 디자이너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