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영방송 <ZDF>와 우파 영화사가 지난 3월 23일, 폴란드 법원 2심에서 미니시리즈 3부작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 (Unsere Mütter, unsere Väter)에 대해 “독일 공영방송 <ZDF>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소송인은 2차대전 당시 폴란드 빨치산이었던 96살 즈비기니예프 라돌프스키다.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폴란드 빨치산 군대에서 활동하며 유대인을 구했던 라돌프스키는 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며 8년간 소송을 진행했다. 극중 폴란드 빨치산 대원들이 유대인에 대해 반감을 보이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20대 초반의 젊은이 다섯명을 주인공으로 한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는 2013년 3월 독일 방영 당시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전쟁에 휘말리는 비극을 밀도 있게 보여준 작품성을 인정받아 80여개국에 수출되고, 독일텔레비전상, 국제 에미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 이 작품은 폴란드 빨치산이 반유대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그려 폴란드 사회에 역사 논쟁을 일으켰다. 폴란드 법정은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는 나치 범죄에서 독일인의 역할이나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을 문제시하지도 않고 폴란드가 독일 침략의 희생자였던 사실도 간과했다”고 이번 판결의 근거를 설명했다.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에서 폴란드 빨치산이 반유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대목에 대한 논란 이후 2018년 1심에서 <ZDF>는 원고에 손해배상을 하고 공식 사과하는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했다. 이번 판결 후 피고측은 “법원이 예술의 자유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점에 대해 유감”이고 “각본은 저명한 전문 역사학자들이 참여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역사 왜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과 반박으로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를 법정이 판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논평했다. 한편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2차대전의 희생자였던 젊은이들도 나치 군대가 다른 나라를 점령했을 때 히틀러에 열광했던 독일 국민의 일부였음을 암시하는 부분은 없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