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아직도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부활절 기간인 4월 초까지는 이탈리아 거의 모든 지역이 레드 존으로 지정돼 외출이 불가하다. 보통 부활절 기간에는 따스한 봄날의 기운을 느끼며 산으로 들로 나가 피크닉을 하기 마련이다. 집 안에서의 스마트 워킹에 피로감이 쌓인 이들에게 넷플릭스나 이탈리아의 OTT 서비스 스카이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영화관에서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탈리아영화들이 있다. 푸피 아바티 감독의 <그녀는 아직 나와 말한다>, 에도아르도 폰티 감독의 <자기 앞의 생>, 로코 리차르둘리 감독의 <마지막 낙원>이 그것이다.
푸피 아바티 감독의 <그녀는 아직 나와 말한다>는 팬데믹 시기에 촬영됐다. 이 영화는 주세페 스가르비 작가의 원작을 배경으로 제작했고, 스카이를 통해 배급된다. 65년 동안 니노는 리나를 사랑해왔으며 그녀가 사라진 지금도 그 사랑을 멈출 수 없다. 리나는 여전히 그와 이야기하고 있고, 그는 하인과 아이들이 듣지 않도록 닫힌 문 뒤에 서서 계속 그녀와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는 1990년대 코믹 배우, 각본가, 감독, 가수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 명성만으로도 찬란했던 레나토 포체토가 배우로 참여해 이미 화제가 됐다. 에도아르도 폰티 감독의 <자기 앞의 생>은 한국에서도 절찬리에 판매 중인 에밀 아자르 작가의 작품이 원작으로, 올해 84살인 소피아 로렌이 자신의 아들이 연출한 이번 영화에서 마담 로사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어린 로사가 살았던 집에는 미모사가 있었다. 봄이 되면 만개하는 미모사 꽃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곳에 희망 같은 것이었다.
코로나19가 만연해도 미모사 꽃과 벚꽃이 피는 곳에는 희망이 있는 것일까?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마담 로사가 소년 모모를 알아가며 서로를 돌보는 이야기다. 연안 부두의 동트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나 깊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 모모를 마담 로사가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 등은 가슴이 찡하고 뭉클하다.
소피아 로렌, 이브리히마 게예의 연기와 에밀 아자르 작가 원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다. 로코 리차르둘리 감독의 <마지막 낙원>은 1950년대 후반 풀리아 지방에서의 금기된 사랑과 복수가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이탈리아 남부 농민의 삶과 당시 이탈리아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 <자기 앞의 생>과 <마지막 낙원>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