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수학과 과학을 포기하고 문과적 인간으로 살길을 찾아야 했던 사람에게 <코스모스>나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고전은 미지의 숙제처럼 느껴진다. 여느 집 책장에든 <코스모스> 한권쯤은 꽂혀 있지만, 그 책은 목차 이상 펼쳐지지도 못하고 깊숙이 잠들어 있다.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에 전공생도 어려워할 법한 두꺼운 고전이 이름을 올리고 있음에도 그 책을 제대로 독해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과학 전문 기자 강양구가 과학 고전을 쉽게 읽어주는 <강양구의 강한 과학-과학 고전 읽기>는 그러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대학원생도 읽기 어려운 <이기적 유전자>가 ‘명문대 입학 필독서’로 고등학생에게 추천되는 현실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전 한권을 둘러싼 사정’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책이 등장할 때의 맥락과 이후에 덧붙은 다양한 해석,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우리에게 그 책이 왜 필요한지 등등.
<강양구의 강한 과학>은 과학 전문 기자가 23권의 고전 과학서를 톺아내고 현재의 관점에서 쉽게 소개하는 가이드책이다. 강양구 기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여전히 꼭 읽어야 할 책이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은 꼭 읽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솔직히 쓴다.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과학을 전공했고 언론사 기자 출신임에도 과학자와 언론 모두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다는 점이다.
황우석 사태 당시 언론이 황우석 박사의 발표만 받아쓰며 선정적인 보도로 그를 ‘민족적 영웅’으로 치켜세우던 것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과학자들은 사실 혁명적인 발견을 불신하고 두려워한다고 쓴다. 고전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는 스킬 따위는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없다. 대신 묻어뒀던 고전을 읽어보고 싶게 유도한다. <코스모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살던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와 같은 그런 기분”을 새삼 일깨운다는데, 묵혀둔 책을 찾아 펼치고 싶지 않겠는가. 사전처럼 두터운 23권을 충동 구매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지금도 <두 문화>는 두 문화간의 갈등이 야기한 여러 문제를 ‘중립적인’ 위치에서 지적하고 대안을 찾는 책으로 여겨집니다. 과학자와 소설가 등 두 문화를 두루 경험한 스노의 경력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죠. 요즘 (두 문화에 속한) 여러 분과 학문의 소통을 강조하는 ‘융합’, ‘통합’ 그리고 ‘통섭’ 등이 얘기될 때마다 <두 문화>가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볼 때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마크 트웨인의 독설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곤 합니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트웨인은 ‘고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모두가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 (148~1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