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로빈 후드인가, 아니면 완전무결한 범죄조직인가. 핑크 팬더는 200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최고급 보석상만 골라 털어온 보석 전문 국제 절도조직이다. 핑크 팬더는 그들이 저지른 범행 중 하나가 인기 범죄 코미디 영화 <핑크 팬더>와 수법이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200명이 넘는 조직원 대부분이 발칸반도 출신으로 알려진 이들에겐 보스도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보석을 훔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보석을 훔치는 것부터 운반, 판매까지 범행 과정이 꽤 치밀하다. 핑크 팬더의 범행 원칙은 단 하나, 인명 피해가 없게 한다는 것이다.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는 하바나 마킹 감독이 탐사보도 기자 밀레나 밀레틱과 함께 실제로 수배 중인 핑크 팬더 조직원들을 은밀하게 만나 그들의 정체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다. 신출귀몰하는 그들을 단순한 호기심 대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그들이 왜 전세계 보석상만 골라서 터는지를 탐구하는 데 더 공을 들인다. 로토스코프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된 실제 조직원들과의 인터뷰는 핑크 팬더의 범죄가 밀로셰비치 독재 정권 시절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비록 얼굴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됐고 목소리는 변조됐지만 실제 조직원들이 들려주는 핑크 팬더 이야기는 웬만한 범죄영화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