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즉 오래전부터 발행된 코믹스에서 태어난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공통점이 있다. 코믹스 속 슈퍼히어로는 별 볼 일 없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지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었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통찰은 이렇다. “우람하고 강하고 선한 슈퍼히어로는 우리가 꿈꾸던 존재였고, 작고 약하고 실수투성이고 훨씬 강한 존재들 앞에서 속수무책인 현실 속 ‘진짜’ 가면은 실제 우리의 모습이었어요.”
노벨상 시즌이 되면 이름이 자주 보이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마거릿 애트우드다.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를 비롯한 수많은 소설을 썼고 그중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부커상을 두번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 <글쓰기에 대하여>가 출간되었다.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여섯 번의 강의’라는 부제가 붙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글쓰기에 대하여>가 앞서 인용한 글처럼 슈퍼히어로의 이중성을 언급한 이유는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가라는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작품이 좋아서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것은 파테가 좋아서 오리를 만나고 싶다는 것과 같다”는 말을 인용한 뒤, 파테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는 오리를 먼저 죽여야 함을 지적한다. 유명 인사를 만났을 때의 실망감을 이 문장에 빗대면, 오리를 죽이는 건 누구의 몫일까?
<글쓰기에 대하여>라는 제목은 제법 작법서의 인상을 풍기지만, 책의 내용은 마거릿 애트우드가 말하는 ‘작가로 산다는 것’에 가깝다. 그는 16살에 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돈이 후순위였지만 곧 일순위가 되었다. 1950년대 캐나다에서 시를 써서 먹고살 수 있는지가 불투명했다. 그런데 후일 그가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마치 노리고 베스트셀러를 썼다는 식의 은근한 비난에 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밥벌이의 어려움에 대한 언급은 짧게 스칠 뿐, 마거릿 애트우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들(그리스 신화부터 동시대의 소설까지)을 폭넓게 언급하는 데 주력한다. 낯선 작품들도 많이 언급되지만 마거릿 애트우드의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요컨대 이 책은 많은 작가들을 괴롭혀왔던 수많은 갈등을 붙잡고 씨름한다.” 그리고 때로는 작가들이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죽음 저편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과정이 특히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