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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제작 쿼터제를! <로봇 축구>
2002-05-16

anivision

하루에도 수없이 만들어지는 TV 애니메이션 기획안. 그러나 이 모든 것이 TV에 방영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차선의 통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게 바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의 삽입 애니메이션이다. KBS 에 소개된 <엄지곰 곰지>는 5분가량의 영상으로 캐릭터 알리기에 성공했고, 이번에 소개하는 <로봇 축구> 역시 MBC <뽀뽀뽀>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봇 축구>는 4분 78부작 3D 애니메이션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뽀뽀뽀>에서 방영된다. 4월23일 시작해 오는 9월까지 방영 예정이라는 이 작품은 과연, 월드컵을 겨냥한 의도를 효과적으로 살렸을까.

일단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들은 로봇이다. 무대는 지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느 별이다. 이 별에 사는 작은 로봇들이 어느 날 생전 보지 못했던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청나게 커다란 물건을 살피던 중, 이들은 박스 안에 모형 축구 게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축구 경기를 개발한다. 황제가 우승한 종족에게 미지의 물건을 줄 것이라고 선포하면서 미지의 별에 사는 로봇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불붙는데….

주인공은 로봇 소년 스톤킥과 카프, 왕손, 덩치, 헤디. 스톤킥은 아버지가 남겨준 무거운 축구공으로 슛 연습을 해온 열혈 축구 소년이다. 토네이도 슛을 할 수 있지만 힘만 셀 뿐 방향을 조절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우연히 지역예선 출전권을 따내고, 친구들과 함께 토네이도 팀을 만든다. <로봇 축구>는 스톤킥과 친구들이 세계대회를 노리며 실력을 다지는 과정을 그려낼 예정이라고.

4분의 짧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로봇 축구>에는 우정과 대립, 질투, 사랑, 음모 등 스포츠물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들어 있다. 주인공이 지역축구협회장의 아들인 로켓의 질투 어린 방해를 받거나 리블리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면서 마침내 넓은 세계의 무대로 나가는 이야기는, 단순하고 전형적이지만 타깃인 4∼10살 어린이들에게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11분 26부작으로 진행하려던 것을 4분 78부작으로 나누다보니 이야기가 도중에 끊기거나 대결구도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숨가쁘게 진행되어야 할 경기의 움직임이 느린 점이나, 언제나 수동적인 역할에만 그치는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더 아쉽다.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출발한 제작사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자연스러운 3D 영상을 구현한 편이지만, 역시 4분이라는 시간에 걸맞는 연출은 필요하다. 킴스애니컴은 4분 78부작을 11분 26부작으로 다시 편집해 해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TV 애니메이션 방영시간대 잡기. 많은 제작사들이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하는 프로그램 내 삽입 애니메이션은, 시간의 제약만 보더라도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똑같은 작품을 재탕, 삼탕해서 방영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방영제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의무 제작제와 제작비 쿼터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제는 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