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는 노래하는 시인이다. 등단 전 가수로 데뷔해 ‘시인의 악기상점’이라는 이름으로 EP 앨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냈다. 창비 시선의 2021년 첫 시집이기도 한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는 2015년 등단한 정현우 시인의 첫 시집이다. 6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68편의 시를 4부로 분류해 빼곡히 실었다. 시집 전반에 슬픔이라는 단어가 많고, 혹은 슬픔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은 시라도 여러 시어가 돌고 돌아 슬픔을 소개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해설에 김언 시인 역시 첫 문장에 “정현우의 시에는 유독 ‘슬픔’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고 쓴다.
감정을 나타내는 슬픔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사실 슬픔이라 명시되는 감정 안에는 무수한 고민과 걱정, 단순히 ‘슬프다’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기분과 마음이 뒤엉켜 있다. 많은 시인들이 바로 그 슬픔을 해석하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또 다른 슬픔을 개발하는 작업들을 해왔다면 나는 독자 역시 슬픔을 발견하고 싶어서 더듬더듬 시를 찾아 읽는다고 여긴다. 적어도 나를 돌이켜보면 그렇다. 슬프고 싶을 때, 슬픔을 발견하고 싶을 때, 슬픔을 마주하고 싶을 때, 슬픔을 설명하는 낯선 언어들을 만나고 싶을 때 시를 찾는다.
동주문학상 수상작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에서 시인은 슬픔이란 게 슬프게도 남에게 들키는 순간 슬픔이 아니게 된다고 쓴다. ‘잘못을 들키면 잘못이 되고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용서할 수 없는 것들로 나는 흘러갑니다’. 시인이 발견한 슬픔은 어딘가로 흐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슬픔으로 고여 있는 웅덩이와 그림자일 뿐’(24쪽)이다. 이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고여 있도록 내버려두고 지켜보는 것. 시 속에서 슬픔은 검은, 적막, 밤, 겨울, 몰락, 어둠, 그림자, 묵음, 정적, 고요, 일몰 등과 함께 쓰인다. 우리가 슬픔을 소개할 때 자주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시인은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생소한 단어를 나열하지 않고 익숙한 언어로 환상적인 상황을 구성해 낯섦을 준다.
오, 라는 말은
오, 싫증이 나는 것들은
나를 왜 울게 하나
오, 신이여
엄마라는 말은
밤의 실족사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을 일도 없지
오, 라는 말을 하게 하지
엄마라는 말은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