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미술 관객은 작품의 형태며 색상, 전시 공간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과거 교회나 사원, 유적지 등의 미술 작품은 감상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조각상으로 가득한 인도 사원을 보려고 현지인도 거북해하는 불편한 길을 달리거나,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와 그를 좇는 근사한 경쟁자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보러 시스티나성당으로 가는 일은 완전히 다른 목적을 품고 일종의 타임머신을 타는 행위다. 공간 이동인 동시에 수백, 수천년을 가로지르는 시간 이동. 그런데 이 여행을 통해 관객 스스로 작품에 집중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다고 저자 마틴 게이퍼드는 단언한다. <예술과 풍경>은 호크니와의 대담집으로 이름을 알린 미술비평가인 저자가 세계를 오가며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대담을 나눈 경험을 담은 책이다.
화가 고(故) 질리언 에어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빌어먹은 그림은 벽에 걸 때마다 달라 보여!… 매번 빛이 다르거나, 사람이 다르거나, 무언가가 달라.” 그렇기에 작품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가장 좋은 길은 직접 감상하는 것이다. 저자는 루마니아의 산을 통과하는 험난한 길을 종일 달린 끝에 하늘을 향해 뻗은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이 품은 숭고함을 체험했다. 또 안개가 바다처럼 춤추는 황산 봉우리를 직접 보면서 중국 회화의 공간 감각과 원근법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날씨’를 주제 삼아 그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다루는 로니 혼의 작품을 보러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난 대목을 읽노라면 빙하에서 수집한 물기둥과 하나 된 신비로운 풍경을 직접 본 경험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국가간의 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이니 직접 체험은 지나가버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호시절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물론 전염병이 돌지 않는다고 한들 수만년 전에 제작된 동굴 벽화를 보러 프랑스의 지방으로 훌쩍 떠나는 일은 일반 관객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오직 직접 대면만이
“예술 작품에 관한 한, 바로 거기에서 작품을 앞에 놓고 감상하는 것의 대안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