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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흥행 공식
장영엽 2021-01-22

송경원 기자와 만화잡지 <뉴타입>의 한국판 전 수석기자였던 김익환씨가 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리포트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19년간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던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316억8천만엔)을 훌쩍 뛰어넘어 개봉으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기록(1월 18일 기준 361억엔)을 써내려가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 무려 2644만명의 극장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심야시간대(오후 11시30분)에 방영한 TV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이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구체적인 흥행 요인은 이번호 기획 기사에 자세히 소개했으나, 핵심만 말하자면 천우신조의 타이밍과 글로벌 OTT 플랫폼의 확장성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예기치 못한 흥행에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쩌면 경쟁작이 되었을지도 모를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연기되고 제작이 지연되는 한편,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일본인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TV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시청하며 어린이부터 성인 관객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놀라운 박스오피스 성적, 전세계 2200만 가구가 유료로 시청했다던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성취를 접하며 코로나19 시대의 흥행 공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기존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유의 현실 속에서 전세계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장르의 도약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관습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매력적인 캐릭터, 세련된 스토리텔링과 타이밍, 적절한 플랫폼이 뒷받침해준다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전세계 창작자들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될 한국영화 <승리호>의 행보는 큰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다. 2092년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 청소선이자 해적선인 승리호와 이곳에 탑승한 다채로운 인물들의 활약을 다룰 이 작품은 우주를 주요 무대로 삼은 첫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향후 제작되거나 공개될 한국 SF영화에 대한 기대감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물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우주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아시아 SF로서 <승리호>가 어떤 정체성을 지닌 영화로 완성되었을지도 궁금하다.

이번호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세 주연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의 인터뷰를 보니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을 처음으로 경험한 제작진의 설렘과 기대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극장에서의 체험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이 영화를 디지털 플랫폼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흥행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귀멸의 칼날>의 사례처럼, <승리호>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공개한 뒤 극장을 통해 시네마틱한 체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해보는건 어떨지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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