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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두 개의 나>

베로니크 모르테뉴 지음 /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셀러브리티의 전기를 읽을 때 그 시절의 기록 속에서 언급되는 영화, 음악을 찾아보며 독서를 병행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 프랑스 대중문화에서 가장 유명한 연인이었던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의 이야기를 엮은 <두 개의 나> 역시 그렇게 읽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세르주 갱스부르가 브리지트 바르도와 폭풍 같은 사랑에 빠져 작곡한 에로틱한 노래 <사랑해...아니, 난>(Je t’aime...Moi non plus)이 흘러나올 때 그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게 너무 흥미진진해 가십의 짜릿함이 느껴졌다. 브리지트 바르도와 세르주 갱스부르가 녹음실 안에서 밀어를 나누며 환상적인 곡을 완성했지만 남녀의 신음이 4분35초 동안 들려오는 이 곡은 발표될 수 없었다. 당시 유부녀였던 바르도의 남편 군터작스가 노발대발하며 곡 발표를 막았기 때문이다. 바르도에게 버림받은 갱스부르가 그 후 만난 여성이 제인 버킨이었고, 곡은 제인 버킨의 목소리로 재녹음해 공개됐다.

<르몽드> 기자 출신의 저자는 온갖 인터뷰 자료와 전기 등을 참고해 갱스부르와 버킨의 서사를 쌓아나간다. 트루먼 카포티, 헨리 밀러, 프랑수아즈 사강, 알랭 드롱…. 그 시절 휴양지 생트로페에 모인 유명 인사의 파티 풍경과 성적 해방이 무르익은 분위기, 그 위에 흐르는 샹송과 빛나는 연인의 초상화가 눈앞에 그려진다. 저자는 갱스부르와 버킨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전성기를 이뤘으며 진정한 의미의 협력자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열아홉에 첫 남편 존 배리(‘007 시리즈’ 테마음악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영화음악감독)와 결혼해 그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출산하고 남편에게 모욕을 당했던, 내성적인 영국 아가씨가 낯선 프랑스어로 노래를 불러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흔들다가 이내 민주주의와 동물 보호를 위해 싸우는 운동가로 거듭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서로 완전히 달랐지만 음악적 동지로 함께했던 두 사람을 이 책은 <두 개의 나>라고 일컫지만, 사실 두사람은 상대를 사랑함으로써 온전히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스타의 삶

갱스부르는 스타의 삶을 원했으나, 그럴 운명을 타고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명과 함께하는 삶이었지만 슬라브계 특유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신중함, 죽음에 대한 존중과 엄숙함이 늘 따라다녔다. 확실히 버킨과 갱스부르 커플은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유형을 만들어냈다. 때로는 정도를 넘지만,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고 눈부신 것을!(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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