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안주연 지음 / 창비 펴냄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고선규 지음 / 창비 펴냄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전치 2주 정도만 다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것이 우울증이었는지, 번아웃이었는지, 둘 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번아웃인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이 찾아오는 일은 드물지 않은 모양이다. 창비의 ‘내 마음 돌보기’ 시리즈로 출간된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의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번아웃은 직업 또는 학업, 작업하는 일과 관련해 굉장한 소진과 냉소, 효능감 저하 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일이 많고 피로한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상황 개선의 희망이 없고, 통제감을 느낄 수 없으며,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한다고 느낄 때 번아웃이 온다. 두뇌 번아웃과 감정 번아웃 두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과도한 시뮬레이션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번아웃의 근본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있으며, 오직 CEO와 조직 관리자의 리더십을 통해서만 초기 단계부터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시도할 수 있는 완화 방법도 당연히 적혀 있다. 나 자신과 대화하기, 그리고 ‘고민 공동체’ 만들기 같은 방법은 꼭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는 자살로 가까운 사람과 사별한 이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한 사람이 자살로 사망했을 때 최소 5명에서 10명의 주변인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자살 유가족 다수가 장례 과정에서 자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하며, 사실을 알려도 사람들의 무례한 반응에 상처입는 일이 많다는 데 있다.
게다가 죽음의 원인을 알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심리부검이라는, 고인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방대한 질문을 통해 만들어내는 과정도 있는데 그 역시 추정일 뿐이다. 자살 사별자들은 자신이 자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하는 일도 흔하다. 죽음이 가져온 아픔을 그대로 겪어내라는 것을 포함한 책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책 말미에 실린 애도상담 내담자의 글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만의 응급 처방전
외롭고 지친 나를 위한 지지 체계를 만들어 봅시다. 저는 이런 지지 체계를 ‘고민 공동체’라고 부르는데요. 서로 격려해주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친구를 두거나, 혹은 익명 게시판이나 채팅방에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감정적으로 서로 지지해줄 공동체를 만드는 겁니다.(<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