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제는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이다. 2020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마스크를 챙겨 외출하는 장면을 보는 것마냥 시의적절하게 코로나19 시대의 업무 노하우가 담겨 있어 동시대적 감각으로 읽게 된다. 각기 직업이 다르지만 모두 프리랜서이거나 창작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12명의 에세이에는 코로나19와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집순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김영글 미술작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는 것이 괴롭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신기하다며, “자질이 빼어난 집순이에게, 코로나19 시대가 던져준 비대면의 삶은 그리 어려운 숙제가 아니”라고 성향을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 기술의 발달로 효율성이 높은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미래 예측은 진작부터 있었다. 게다가 언제 은퇴당할지 모르는 직장에 목매기보다는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게 중시되는 시대다.
이 책의 필자들은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9to6라는 특정 시간에 일하지 않으며, 자기 경쟁력을 가진 창작자들이다. 내가 나의 고용인이자 사용자인 이들은 나를 잘 달래가며 업무 스킬을 쌓아온 선배들이다. 김겨울 유튜버는 영상 업로드에 따른 주 단위 일정과 정기 원고 마감에 따른 한달 일정을 공개하고, 김택규 번역가는 집안일을 하고 스터디 카페에 나가는 ‘번역가 K씨의 하루’로 일하기 루틴을 상세히 서술한다.
프리랜서인 이들이 자기 분야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철저한 시간 관리와 성실성에 기반한다. 혼자서도 일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능통하다. 일에 집중이 안될 때, 누군가는 아예 샛길로 새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놀아버리고, 누군가는 산책하면서 영감을 얻고, 또 누군가는 SNS를 한다. 집중과 이완의 방식은 다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나의 감정(자괴감, 불안, 자만심 등)을 잘 다루며 나라는 동료를 잘 운용해나간다. 언젠가 우리 모두 혼자 일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적 네트워크의 관리
나는 할 일이 많아 그런 변수에 전체 일정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그래도 후속 조치는 확실히 취한다. 계속 거래가 있을 수 있고 인품도 괜찮은 상대에게는 ‘마음의 빚’을 확실히 남겨놓으며 둘 다 아닌 것으로 판명된 상대는 가차 없이 ‘손절’한다. 그러면 전자는 몇년이 지나도 보답을 하고 후자는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 나는 브로커가 아니다. 내 인적 네트워크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만 남겨놓으려 한다.(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