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랜드>는 낙태는 유죄라는 흔들림 없는 태도와 교조적 색채가 분명한 영화다. 가족계획연맹이라 불리는 미국 최대의 낙태클리닉에서 8년간 상담사로 일하고 최연소 소장 자리에 오른 주인공 애비(애슐리 브래처)는 자신의 낙태 경험에 기반해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영화는 그런 애비가 처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가 초음파 영상을 통해 낙태 장면을 보게 되면서 충격에 빠지는 것으로 문을 연다. 메시지를 전개하는 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명료함과 선명함이 장점이라면 장점인 영화다.
그러나 <언플랜드>의 방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뱃속의 아이가 움직이며 수술 기구를 피한다는 주장과 이런 영상을 통해 낙태에 찬성하던 여성도 결국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관련 단체와 교육 기관을 통해 이미 많은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트라우마를 주입한 아이디어다. 여성에게 죄책감 혹은 공포를 심거나 시혜적인 연민을 베푸는 듯한 두 장년 백인 남성감독의 시선에는 공백이 많다. 특히 기구에 빨려들어가는 태아를 묘사하는 장면은 리얼리티의 문제를 차치하고 재현의 윤리 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하다. 주제를 포괄하는 이야기와 캐릭터, 만듦새 등에서 영화적인 감흥을 찾기는 어렵다. 낙태라는 신중한 이슈 앞에서 <언플랜드>는 생명의 존엄과 여성의 인권을 아우르며 날카로운 설득력을 얻는 대신 고루한 인상만 남긴 채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