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돌을 맞은 칸국제영화제가 내일 막을 올린다. 세계 영화팬들의 열광과 한숨을 자아낼 55편의 작품이 12일 동안 칸의 은막 위에 오른다. 이 가운데 48편이 세계에서 처음 상영되는 작품들이다. 55편의 공식 상영작 가운데는 칸에 처음 초청된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모리타니아, 타지키스탄 등 다섯 나라의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개막작은 우디 앨런의 코미디 <할리우드 엔딩>이다. 칸이 지금까지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해 소홀했던 점에 비춰보면 조금 이례적인 선택이다. 좀처럼 뉴욕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앨런의 칸 나들이 또한 이례적이다. 앨런은 지난 3월24일, 뉴욕 테러를 기려 만든 ‘영화 속 뉴욕’ 몽타주를 소개하기 위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미국에서 지난 3일 개봉한 <할리우드 엔딩>은 이혼한 영화 감독(우디 앨런)이 제작자인 전처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만드는 얘기다. 앨런은 이 영화가 “이 행사(칸 영화제)에 딱 맞는 작품”이라 했고, 질 자코브 칸영화제 예술위원은 그의 나들이가 “상상을 넘어선 사건, 거의 초자연적인 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의 칸은 디지털 영화가 데뷔한 해로도 기억될 것이다. 올해부터 칸은 영화제작자에게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상영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올해엔 공식 경쟁부문 21편 가운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텐>,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아의 방주>, 지아장커의 <알려지지 않은 즐거움>, 마이클 윈터보틈의 등 네 편의 필름이 디지털로 상영된다. 세계 감독 10명이 벌이는 디지털 혁명에 대한 토론회도 준비돼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팔레스타인 감독 엘리아 술레이만의 <신성한 개입>과 이스라엘 감독 아모스 기타이의 <케드마>가 나란히 초청된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약시대 선지자의 이름을 나눠 가진 두 사람은 영화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평화’에 관해 발언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블로잉 포 콜럼바인>도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가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지난 56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 99년 4월 미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국제 무기밀매상과 미국 내의 총기 판매허용을 비난하고 있다. 이밖에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 드링크 러브>, 켄 로치의 <스위트 식스틴> 등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이 황금빛 종려나무가지를 두고 경쟁을 벌인다.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