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도 축하도 함께였다
아트나인
윤가은 감독
<우리들> 가족 시사회를 아트나인에서 했다. 고마운 분들, 신세진 분들, 정말 친한 분들 모시고 첫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작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까지 앞으로 나와서 인사하고 서로 오순도순 얘기하고, 뭔가 조그맣게 차린 잔칫상 같았다. 관객이 숨 쉬는 것도, 웃고 찡그리는 표정도 다 보이는 공간에서 처음 영화를 공개한 거라 그날의 기억이 되게 생생하게 남았다. 이후에 아트나인에서 GV를 많이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은 기본 150석이 넘으니까 나는 무대에, 관객은 객석에 있다는 느낌이 강한데 신기하게도 아트나인은 물리적 거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트나인을 찾을 때마다 감독으로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관객은 내가 긴장한 것에 비해 엄청난 애정을 장착해서 온다. 분명 내 영화에도 흠결이 있을 텐데 “애썼어. 좋아해줄게”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봐주신다.
이 극장을 찾는 관객의 성향 자체가 다정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붓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색다른 GV도 많았다. 김순모 프로듀서, 김지현 촬영감독과 영화를 함께 보며 진행한 ‘<우리들> 코멘터리 GV’가 있었고, 지난해 김보라·이옥섭·한가람 감독과 함께한 GV라든지 김종우·김동석 감독과 함께한 행사도 생각난다. 왠지 솔직한 이야기를 마음껏 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라 안 해도 될 얘기도 TMI도 많이 풀었다. (웃음) 이곳을 찾아오는 관객에게 무언의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관객으로서 그런 느낌을 받고 싶을 때도 아트나인을 많이 찾게 된다.
김보라 감독
<벌새> 관객 첫 시사회, VIP 시사회, 10만 관객 파티 등 <벌새>와 관련된 많은 시사회를 전부 아트나인에서 했다. 때문에 <벌새>에 관한 기억들이 많이 묻어 있는 공간이다. 그런 공식적인 행사가 없을 때도 레스토랑과 테라스, 영화관이 함께 위치해서 친구들과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라 자주 들렀다. 항상 좋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어떤 영화를 봐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가기도 했다.
아트나인에서 <벌새> 개봉 전 시사회를 했을 때 관객이 롤링페이퍼 형식으로 편지를 써주었다.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영화는 처음이다”라는 문구를 읽고 <벌새>를 굉장히 정확히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편지를 읽으며 엉엉 울었고, 집에 돌아온 뒤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벌새> 10만 관객 파티 때에는 배급사와 벌새단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해주었다. 100명 넘는 관객이 앞에서 노래를 불러줄 때 나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배우들까지 전부 울었다. 사람이 사랑을 담은 무언가를 만든 후에,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으면 겸허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도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1월 1일에는 아트나인에서 진행한 떡국 이벤트도 가서 도와주었다. 우리 집이 떡집을 했던 터라 남들 쉬는 1월 1일에 떡을 썰고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익숙했다. 배급사 엣나인에서 이미 준비를 다 해놓아서 큰 도움은 안됐지만 관객이 정말 반가워해주시더라. (웃음)
아트나인을 비롯한 작은 영화관들이 좋은 영화를 상영해준 덕분에 계속 영화를 공부하고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다. 소중한 기회와 추억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얼른 지나서 관객이 다시 독립예술영화관에서 마스크 없이 영화를 관람하고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