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악당 캐릭터, 다스베이더를 연기했던 배우 데이비드 프로스가 11월28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85세. 데이비드 프로스의 에이전트는 "데이비드 프로스가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 팬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프로스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 다스베이더 역으로 출연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마스크를 쓴 채로 등장해야 해서 얼굴을 알릴 수 없었다. 목소리 연기는 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맡았으며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1983)에서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잠깐 등장하지만 그건 배우 세바스찬 쇼의 얼굴이었다.
얼굴 없는 다스베이더, 데이비드 프로스가 다스베이더 역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건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격 덕분이다. 1971년 <시계 태엽 오렌지>에서 엄청난 힘을 과시하며 주인공 알렉스를 제압하던 보디가드 역할로 출연했던 그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지 루카스는 그에게 츄바카 혹은 다스베이더 역할 중 하나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데이비드 프로스는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에 해당하는 4편에서 6편까지 다스베이더로 활약하며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행동 연기를 맡았다.
1935년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프로스는 10대 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에 흥미를 느껴 보디빌더 경력을 시작했다. 여러 역도 대회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실력을 입증했으며, 1960년 올림픽에서는 영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보디빌더로서 입지를 다진 그는 2m에 달하는 키와 큰 체격을 바탕으로 <007 카지노 로얄>(1967)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괴물 역으로 캐스팅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아쉽게도 이때도 분장으로 가려진 채 얼굴을 알릴 수는 없었으나 그의 신체적 장점으로 인해 <프랑켄슈타인의 공포>(1970)의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 태엽 오렌지>(1971)의 보디가드 역을 따낼 수 있었다. 그의 체격은 배우 경력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1975년 영국의 어린이 도로 안전 캠페인에서 '그린 크로스 코드 맨'이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배우 생활과 동시에 체육관을 열어 <슈퍼맨>(1978)의 크리스토퍼 리브 등 여러 배우의 트레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출세작인 <스타워즈> 시리즈 이후에도 데이비드 프로스는 비디오 게임 <모노폴리 스타워즈>, TV시리즈 <크로스 보우>, 영화 <더 카인드니스 오브 스트레인저스> 등에 출연하며 모습을 비췄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모금 기관 설립 등 다양한 자선 활동을 펼쳤다. 2000년에는 배우, 자선활동가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할리우드 리포터>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데이비드는 다스베이더의 존재감에 걸맞은 당당한 움직임으로 캐릭터를 구현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임했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함께 활약했던 루크 스카이워커 역의 마크 해밀 또한 SNS를 통해 "너무 슬프다. 실제 그는 다스베이더와 반대로 무척 친절한 사람이었다. 배우이자 남편, 영국 제국 훈장 수여자이자 역도 챔피언까지. 그는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받았으며 그 사랑만큼 자신도 팬들을 사랑했다.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며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