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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화산학자와 영화감독이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이어볼'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나 소행성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으로, 지구의 멸망을 다룬 블록버스터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를 떠올리는 영화 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과연 어떤 작품일지 짐작할 수 있는 팬이 얼마나 될까.

헤어초크 감독이 화산학자인 클라이브 오펜하이머와 공동 연출한 <파이어볼>(Fireball: Visitors from Darker Worlds)은 앞의 영화들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1월13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파이어볼>은 ‘지구를 멸망시킬 만한 소행성이 언제쯤 올까’ 또는 ‘이를 막기 위해서 세계 정부들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나’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우주진(stardust)으로 만들어졌다’는 약간은 낭만적으로 들리는 아이디어나 화구와 운석을 중심으로 생긴 종교, 눈송이보다 더 작은 유성진(micrometeorites)에서 우주의 신비를 가늠해보며 어린아이처럼 눈빛이 반짝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예로 호주와 뉴기니 사이에 자리한 토러스 해협의 군도 중 작은 섬 메르에는 부족 신앙이 있는데, 신도들은 유성이 죽은 자의 영혼을 다른 곳의 새 생명으로 데려간다고 믿는다. 화산학자인 오펜하이머와 헤어초크 감독이 함께한 작업은 지난 2016년작 <인투 디 인페르노>, 2007년작 <세상 끝과의 조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파이어볼>에서 오펜하이머 감독은 주로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담당했고, 헤어초크 감독은 여전히 내레이션을 맡았다.

<파이어볼>은 화구와 운석을 찾아 세계 곳곳을 방문한다. 1947년에야 화구의 존재가 발견된 호주의 울프 크릭, 15세기에 운석이 떨어졌던 프랑스의 알자스, 교황의 여름 별장이 있는 카스텔 간돌포 공원 내 바티칸 천문대, 큰 운석과 소행성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하와이 할레아칼라 판 스타스 관측소, 이곳의 관측 내용을 중심으로 소행성이 지구 궤도와 겹치지 않도록 하는 나사의 행성방어협력국(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 등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멕시코 칙술루브 푸에르토는 공룡의 멸종을 가져왔던 소행성이 떨어졌던 곳이다. 지름 10km의 소행성이 초당 20km의 속도로 지구와 충돌해 30km 깊이의 화구를 만들었고 강도 11의 지진을 일으켰다.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수십억배로, 역사상의 모든 지진보다 100배나 큰 규모다. 지금 이 장소는 관광객이 뜸한 휴양지로 남아 있다.

한편 <파이어볼>에서는 한국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장보고 과학기지도 볼 수 있다. 남극 동부 해안에 위치한 이 기지에서 근무 중인 한국극지연구소의 이종익 박사가 헤어초크 감독을 초청했다고. 헤어초크 감독은 지난 2014년 대형 운석을 발견하고 기뻐하던 이종익 박사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내레이션을 통해 밝혔다. 이미 운석을 찾으러 떠난 탐사팀과 만나기 위해 헬기를 탄 헤어초크 감독, 오펜하이머 감독은 초면인 이종익 박사와 포옹하며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영화 스탭은 곧바로 운석 탐색에 합류하고, 드넓은 빙상 위에서 일렬로 걸어가는 팀원들을 카메라로 좇다가 운석을 찾았다며 소리치는 누군가를 목격한다. 운석을 찾은 사람은 바로 오펜하이머 감독이었다. 당시 여름 내내 찾은 운석 중 가장 큰 것이었다고.

현재 뉴욕시는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블록버스터영화는 물론 독립영화도 접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파이어볼>을 애플TV+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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