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보도하는 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성범죄를 보도할 때 두손을 늑대처럼 앞으로 치켜든 성인 남자의 그림자가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피해자 위로 드리워진 모습을 수시로 새롭게 그려내곤 한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선정적인 묘사도 드물지 않다. 읽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라는 좋은 핑계가 있기 때문에, 정보를 정확하게, 가해자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라는 요구는 쉽게 무시된다. ‘166년간의 범죄 보도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뉴욕타임스 크라임>은 <뉴욕타임스>의 사건사고 보도 기사 중 사회적 파장이 컸던 글을 중심으로 암살, 강도, 납치, 대량 학살, 조직 폭력, 살인, 교도소, 연쇄 살인범, 성범죄 등을 다룬 글을 모은 책이다. 범죄라는 필터로 본 미국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변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대기록이라는 점이 흥미를 끈다.
166년이나 되다 보니 링컨 대통령 사망 보도는 물론 제1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알리는지도 몰랐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 독립을 요구하는 보스니아 청년에게 살해되다”라는 뉴스도 있다. 맬컴 엑스의 죽음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죽음도, 케네디 대통령과 케네디 상원 의원의 죽음도 여기 뉴스로 실렸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모티프로 삼은 린드버그 대령의 아들이 프린스턴 인근 농장에서 유괴된 사건도 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납치 피해자 퍼트리샤 캠벨 허스트가 은행 강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소식도 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기사도 있다. 제목은 “성범죄 재판에서 폴란스키의 유죄 협상이 승인되다”. 기사 도입부는 이렇다.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오늘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고등법원에서 13살 소녀와 불법 성관계를 한 중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유죄 협상제에 따라 유죄를 시인한 폴란스키는 강제추방이나 징역형에 처해진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43살이던 폴란스키는 성관계 당시 피해자가 13살이라는 것을 알았다. 폴란스키는 프랑스 잡지에 보낸다는 구실로 피해 아동의 계모에게 딸의 사진 촬영을 허락받았으며, 최초 혐의는 피해자에게 마약을 먹인 후 성폭행한 것과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 14살 이하 아동에게 외설적이고 음란한 행위를 하고 불법 성관계와 동성애, 변태 행위를 한 혐의였다. 폴란스키는 이후 42일간 수감되어 있다가 1978년 법원에서 형이 선고되기 전날 유럽으로 도주했으며, 아직도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폴란드에 체류 중이며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있다. 어떤 사건은 40년이 넘도록 진행 중인 것이다.
황충연 <씨네21> 부사장이 펴낸 책. 삶의 어려움은 개인의 자질만을 살펴 될 일이 아니라 시대의 움직임을 읽어야 한다는 데 있다. 사주명리는 개인의 삶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조화롭게 운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일종의 빅데이터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질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하고 한 인간이 갖고 태어난 하늘과 땅의 네개의 기둥에 자리잡은 여덟개의 글자가 어떤 조합을 하고 있는지를 살핀 뒤, 그가 살아갈 시대와 다시 살피고, 또 함께할 사람과의 관계성 안에서 살피는 작업이다.
<성공할 사주 실패할 팔자>는 개인에게 주어진 명을 살피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명식별로 예시를 들어 해석하는 법을 보여준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