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은 남편과 사별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시아버지(한흥만)를 모시고 산다. 그의 딸 태의를 포함해 남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는 며느리로서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먼 친척의 결혼식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열심히 경조사를 챙기면 태의가 결혼할 때 준 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하지만 태의는 어릴 때부터 시아버지를 부양하느라 자신을 희생한 미경을 보면서 결혼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미경과 태의에게 따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변화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웰컴 투 X-월드>는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했던 미경이 딸과 함께 독립하는 과정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독립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마트에서 일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딸과 함께 집을 구하지만 수중에 있는 1억원으로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혼자 남게 될 시아버지도 걱정이다. 자신보다 먼저 집을 나간 시어머니를 새집에 모시고 싶은 마음도 있다. 미경의 딸인 한태의 감독은 홀로서기에 나선 어머니의 고민, 걱정, 희망, 꿈 등을 자유롭게, 또 유쾌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누군가의 며느리나 엄마에서 한 여성으로 거듭나고, 그러면서 모녀가 연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또 통쾌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제17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