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편지를 쓰는 목적을 크게 둘로 나누면 이렇다. 일과 사랑, 사랑과 일. 사랑에는 부모, 자식,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연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모두 포함되는 법이고, 일이라고 했을 때는 최초 발상부터 진척 상황, 곤란을 겪거나 좌초하는 일까지를 아우르게 되니, 알려진 인물(특히 창작자)이 남긴 편지들은 그래서 귀한 기록이 된다.
플로베르의 서한집에서는 <보바리 부인>을 얼마나 공들여 쓰고 고쳤는지에 대한 생생한 고백을 만날 수 있다. 아서 코넌 도일 서한집에서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발상을 얻고 취재를 위해 여행을 다녀온 경위를 알 수 있다. 동시에, 편지들은 훌륭한 작품 뒤의 인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서한집이 작가 사후에 편찬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번에 나란히 출간된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작가들이 쓴 편지글을 모은 책들이다.
두 작가가 쓴 작품들의 문체가 편지글에도 고스란히 묻어 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깨달음에 더해, 두 작가가 죽음 직전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생활감이 가득 느껴진다. 1900년에 혼자 영국 유학을 떠난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에 있는 아내에게 쓴 편지에는 무사히 아이를 낳았는지를 궁금해하면서도 아무에게서도 편지가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모두 건강하겠거니 짐작하는 대목이 나오는가 하면, 면회일을 정해야 할 정도로 제자를 비롯한 손님맞이로 분주한 나날에 대한 언급도 있다.
마사오카 시키와 주고받은 편지들에서는 마음 편한 사이에서 오갈 법한 이야기들이 보인다. 나쓰메 소세키의 편지들은 그의 문학관을 정리한 에세이로 읽어도 재미있어서, 그의 소설들을 먼저 읽는 편이 좋겠다. 하긴, 다자이 오사무라고 다를까. 다자이 오사무의 편지로 말하자면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가 구구절절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다섯 번째 자살 시도에 성공해 39살에 사망했는데, 서한집에는 그 직전까지 쓴 편지들이 있다. 18살에 친구들에게 “너무 쓸쓸해” , “너무 외로워”라고 여과 없이 쓴 것을 필두로, 놀라울 정도로 감정에 솔직하고 돈에 솔직하며, 무언가를 요구하고 사과하는 일이 반복된다. 지키지도 못할 결심을 하고 또 한다. 책을 읽는 입장에서도 진저리가 날 정도다.하지만 결코 결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 대단하기도. 두권 모두 말미에 실린 역자의 글까지 살뜰하게 읽기를 권한다. 이 두권에 대한 마지막 감상. 지금까지 내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부디 지금이라도 모두 불태워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