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는다는 뜻이기도 한 ‘문안’동은 10년 전 재개발이 이뤄져 아파트가 몇채 들어서고, 재개발에 포함이 안된 아랫동네는 다세대주택과 상점, 쪽방촌이 어지럽게 뒤섞인… 특수하다면 특수하고 흔하다면 흔한 동네다. <안녕 커뮤니티>는 시아버지에게 은근슬쩍 반말을 하는 필리핀 며느리와 괴팍해 보이지만 정감 가는 덕수 영감, 세봉김밥의 세봉 여사, 아파트 사는 김경욱 여사와 권위적인 그의 남편, 폐지를 줍는 미스터리한 분례씨 등등 골목의 주민들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30년 지기 노인들이 물고 뜯으며 싸우는 신명 나는 도입부는 사진관 박씨가 고독사하는 장면에서야 묵직한 본색을 드러낸다. 죽을 때 죽더라도 혼자 외롭지 않게 서로 안부를 챙겨주자며 덕수 영감이 ‘문안동 연락망’을 만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냉정한 도시에서 안부를 챙기는 따뜻한 공동체의 이야기, 라고 설명하면 이 만화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개다. 덕수 영감은 “밖에서 보믄 우리가 서로 애껴주고 보듬어주고 무슨 마지막 남은 로망스 이런 거처럼 보이겄제. (중략) 가난한 시절이 아름다웠던 것으은 다 같이 못살아서 그런 거여. 가난해도 마음은 따뜻한 시절? 다 헷소리!”라고 일갈한다. 작가가 ‘노인이 많고 혼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아파트에 거주하며 죽음을 여러 번 마주하다 구상하게 된 이 만화의 각별함은 도시와 사람을 그려내는 디테일에 있다. 손녀를 차별하는 남편에게 “내가 이 집안에 와서 못 낳은 딸이 몇명인데!”라고 외치는 경욱 여사의 항거 역시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노인을 뭉뚱그려 하나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았으며, 다문화 가정과 성소수자와 여성 차별, 재개발과 부동산 문제와 노인 빈곤 등 다양한 소재를 허투루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 아빠, 혹은 엄마 같은 인물들이 지지고 볶으며 사는 모습. 분례, 경욱, 쌍연 등 이름의 이유조차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 ‘언니’들의 사연은 당장 영상화 추진이 시급하다. KBS는 어서 주말 드라마로 제작해 달라!
열심히 살아 뭐하노
“진짜 열심히 살면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좋은 세상 온다드만. 나는 와 이래 아무것도 남은 게 없노. 내가 진짜 언제까지 아등바등 살아야 되노. 이래 살라고 오래 살았나. 내가 진짜 짐짝처럼 안 살라 했는데 딸내미들 등이나 처묵고 이래 오래 살아야 되나. 와 사지는 멀쩡하고 지랄이고. 엉엉!”(1권, 3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