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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 전소민 - 다시, 시작점에서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0-10-13

“나는 어디에도 잘 변화하며 흔들리고 따라가며 흘러가고 눈에 보이고 만져지듯이 결 따라 흐르도록 하늘하늘하게.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향기로운 삶.”(전소민 에세이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 중에서) 배우 전소민은 그의 에세이 글귀와 같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멜로영화 <나의 이름> 현장도 즐겁게 임했다. 행인을 통솔할 스탭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람들 속에 끼어들어 부대끼며 연기했고, 그림 그리는 연기가 필요하면 화방을 찾아 할 수 있는 한 연습을 했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고정 출연하면서 세간에 “예능이 적성에 딱 맞다”는 칭찬을 듣고, 국민MC 유재석에게 ‘전소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가 아닌가. 그런 전소민은 큰 병으로 인해 삶의 보폭을 바꿔나가는 <나의 이름> 속 리애의 태도에 끌렸다. 엄청난 부를 가지고 미술관 부관장으로 일하는 리애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모든 것에 초연한 태도로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는 여성이다. 그러다 거리의 화가 모철우(최정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리애만의 방식으로 책임을 다해 사랑을 완성해나가려 노력한다.

-<나의 이름> 대본을 읽을 때 어땠나.

=전작 tvN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는 섬에 사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명랑만화 같은 작품이었다. 6개월간 촬영이 끝나고 환기가 필요하던 차에 <나의 이름>을 만났다. 내가 또 멜로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하는 작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멜로 덕후’ 전소민이 보기에 <나의 이름>의 리애는 어떤 캐릭터인가.

=땅에 심어진 꽃이 아닌, 화병에 꽂힌 꽃 같은 사람이다. 꽃병에 있는 꽃은 땅에 심겨진 꽃보다 생명도 짧다. 관상용으로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곁에 둘 순 없다. 극중 리애는 아이젠멩거증후군을 앓고 있다. 돌연사할 확률이 높고 더이상 치료도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한다.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애기씨’로 불렸는데 이번 <나의 이름>에서도 ‘아가씨’로 불린다. <런닝맨>에서는 웃음을 위해 망가지길 두려워하지 않는데.

=첫 촬영 땐 두려움이 컸다. 그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 서본 적도 없고, 사람들이 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됐다. 사실 이건 꼭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늘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많은 생각에 잠긴다. 하루의 마지막 한 시간은 꼭 오늘을 돌아보는데, 오늘 있었던 어떤 일에 내 마음이 어땠고 오늘 무엇 때문에 속상했고 무엇 때문에 기뻤는지 감정적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혹시 오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 <런닝맨>에서 잠시 하차한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를 어떻게 보냈나.

=한달간 꼼짝 못하고 병원에만 있었다. 그때 정말 건강의 소중함을 크게 느꼈다. 지금은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살고 있다. 아프고 나서 털고 일어나보니 더 열심히 살게 되고, 더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

-2004년 시트콤으로 데뷔한 뒤, 10년이 흘러 <오로라 공주>로 신인상을 받았고, 어느덧 데뷔 16주년을 맞았다. 예능과 글쓰기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데 지금은 스스로 어느 단계에 놓인 것 같나.

=또다시 시작하는 단계 같다. 아니다. 난 항상 시작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가고 있단 느낌보다는 시작과 시작만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배우로서는 또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 있는 배우가 되는 것. 그리고 나를 위해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때론 내 삶은 그다지 영화 같지 않고, 오히려 다른 많은 이들의 삶이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떨쳐버리고 연기로 다른 삶을 마음껏 살고 싶다. 그런면에서 연기는 음주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연기에 취한다는 감각을 느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하고 싶은 전소민의 차기작은 무엇인가.

=올해 겨울이나 내년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별안간 큰 소리로) 여기서 장담하겠다! 내년 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다!

영화 2019 <나의 이름> 2019 <두번할까요> 2013 <썬크림> 2012 <얼음꽃> 2011 <러브 콜> 2006 <신데렐라>

드라마 2019 <드라마 스테이지-빅데이터 연애> 2019 <생일편지> 2018 <톱스타 유백이> 2018 <크로스> 2016 <1%의 어떤 것> 2015 <내일도 승리> 2014 <하녀들> 2014 <끝없는 사랑> 2013 <오로라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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