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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다큐하는 마음>, 함께하기 위하여
이다혜 2020-10-12

양희 지음 / 제철소 펴냄

다큐멘터리는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쓰지 못한다. 아마도 시나리오대로 찍는다면, 그것을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시나리오 대신 다큐멘터리 현장을 이끄는 것은 자료조사, 기다림, 상호신뢰다. <길 위에서> <노무현입니다> <김군>의 작업에 참여하고 <다큐하는 마음>을 쓴 양희 작가는 다큐멘터리 작업이 “함께하기 위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책을 시작한다.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도 지금 함께할 수는 있으니까, 팽목항에서, 밀양의 철탑 아래서, 폭탄이 떨어지는 분쟁지역에서 카메라를 들고 자리를 지킨다. 짧게는 몇달이지만, 많은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5년, 10년 동안 하나의 이야기 옆을 지킨다. 그리고 감독과 관객의 마음이 맞아떨어지면, 관객도 함께하겠다는 마음에 동참하게 된다. 다큐하는 힘은 거기에 있다.

<다큐하는 마음>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유통되어 평가받기까지 아홉개의 분야를 택해 그 분야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한 책이다. 다큐멘터리 전문 비평가(이승민), 홍보마케터(조계영), 편집감독(김형남), 촬영감독(안재민), 다큐멘터리 영화제 스탭(변성찬, 최민아), 수입·배급자(주희), 프로듀서(감병석), 감독(강유가람, 박영이)이 그들인데, 세심한 접근을 필요로 하는 다큐들에서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아주 현실적인 노하우도 공유된다. 예를 들어,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언급(많은 감독이‘알바’를 한다)이 대표적. 다큐멘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영상미에 대한 고민이라든가, 상영관 잡기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포기하지 않음’의 미덕이라는 표현이 책 말미에 등장할 때, 결국 완성되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 수많은 작품들이 머리를 스친다. 또한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한국의 여러 문제들이.

<하늘색 심포니>의 박영이 감독의 인터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차별을 받는 사람이 나쁜 것, 잘못한 것 아니잖아요. 차별을 하는 사람이 정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 국적을 포기한다는 건 인간의 삶이 아니라는 거죠.” 사람의 삶 뒤에 버티고선 복잡한 삶의 조건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에게는 더 많은 다큐멘터리영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다큐멘터리의 관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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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기 위하여, <다큐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