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네영화제는 프리미어를 고집하는 영화제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유럽의 영화제에 먼저 소개되는 것이 그 영화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다른 영화제로 먼저 갈 것을 권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올해 이 영화제에는 월드 프리미어인, 다시 말해, 만들어진 뒤 맨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가 한편 있었다. 중국영화인 <Spring Subway>가 그것.중국 내에서 5월 초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이 영화는 베이징의 새로 지어진 지 얼마 안 되는 현대식 지하철을 배경으로 하는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이 영화는 초현대식 지하철과 빌딩 등 현재 베이징의 변모한 모습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적 삶 안에서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트렌디한 감각으로 다루고 있어, 우디네의 관객에게도 별 무리없이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로 받아들여졌다.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류펑다우는 중국 내 히트작이었던 <샤워>(1999)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하다가 최근 ‘일렉트릭 오렌지’라는 영화제작회사를 설립했고, <Spring Subway>는 이 회사가 중국의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내놓는 야심적인 첫 작품이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시나리오의 사전심사만 통과하면 더이상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영화 스튜디오들과 관계없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지금, 중국 내에서는 할리우드영화에 맞서 중국 내 시장을 겨냥한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려는 ‘인디펜던트’ 영화제작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는 중이다.우디네에서 가장 활발한 프로모션 활동을 펼쳤던 이 젊은 프로듀서는, “중국영화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더이상 장이모나 첸카이거 같은 거장 감독들이 아니라, 잘 갖추어진 영화제작 시스템과 탄탄한 영화산업일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중국 내 영화 시장에서 가장 힘든 점은 할리우드영화들의 독점뿐만 아니라, 극장배급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점, 그리고 해적판 VCD, DVD와의 싸움이라고. 앞으로 홍콩이나 한국과의 합작도 고려중이라는 그는 “현재 중국의 영화산업은 10년 전의 한국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영화산업이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처럼 중국영화산업도 그만큼의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견! 한국 대중영화